본문 바로가기

수중생물의 보고 울진 '왕돌초'…국가핵심 바다숲으로 관리

중앙일보 2019.07.05 05:00
경북 울진군 후포면 동쪽 바다에 위치한 '왕돌초' 위를 잠수부가 헤엄치고 있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경북 울진군 후포면 동쪽 바다에 위치한 '왕돌초' 위를 잠수부가 헤엄치고 있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먼바다엔 수중암초인 ‘왕돌초(蔚珍礁)’가 있다. 1950년대 울진 어민들이 발견한 이곳은 풍부한 해양자원으로 지역민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황금어장이다.
 

울진 어민들의 황금어장…관리 안 돼 훼손 심각
서식 생물 일부 멸종위기에 갯녹음 현상도 뚜렷
왕돌초 '국가핵심가치 바다숲'으로 국내 첫지정

‘왕돌암’ 또는 ‘왕돌잠’이라고도 불리는 왕돌초는 먼바다에 섬처럼 위치한 수중암초여서 어류는 물론 멍게, 성게 등 수산생물들이 살기 최적화된 서식처다. 게다가 한류성·외양성·난류성 해류가 겹치는 지역이라 다양한 수산자원이 발견된다.   
 
하지만 수십년간 울진 어민의 생활 터전이었던 왕돌초가 몸살을 앓고 있다. 오랜 기간 조업 활동이 이어지면서 해저 바닥은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조업 활동에서 나온 폐어망이나 폐통발은 물론 온갖 생활 쓰레기들이 무분별하게 버려졌다.
 
이와 함께 최근 왕돌초가 스쿠버다이빙이나 바다낚시 명소로 떠오른 것도 환경 오염에 한몫했다. 특히 지난해 1월과 9월 한 TV 프로그램에서 왕돌초를 낚시가 잘 되는 곳으로 소개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정부가 올해 초 왕돌초 인근 낚시를 금지한 것이 이 때문이다.  
경북 울진군 후포면 동쪽 바다에 위치한 '왕돌초' 위를 잠수부가 헤엄치고 있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경북 울진군 후포면 동쪽 바다에 위치한 '왕돌초' 위를 잠수부가 헤엄치고 있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왕돌초를 터전으로 서식하던 수중생물 일부는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 ‘갯녹음’ 현상도 뚜렷하다. 갯녹음 현상은 연안 암반 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석회 조류가 달라붙어 암반 지역이 황폐하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왕돌초는 맞잠(남쪽)·중간잠·셋잠(북쪽)이라고 불리는 3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수심이 가장 얕은 봉우리엔 무인등대가 서 있다. 왕돌초의 크기는 남북으로 6~10㎞, 동서로는 3~6㎞ 정도로 전체 약 15㎢의 매우 넓은 면적이다.  
 
2006년 7월과 11월에 시행된 한국해양연구원의 조사 결과 주변 해역에 해조류 21종을 비롯해 어류 25종, 해면동물 4종, 연체동물 30종 등 모두 126종의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전히 왕돌초는 방어, 잿방어, 말쥐치 등과 같은 어류가 매년 찾아오는 좋은 어장이긴 하지만 전복 등 일부 수산자원 생물은 이미 씨가 말랐다고 한다. 1년 내내 많이 잡히던 볼락도 거의 사라졌다.
경북 울진군 후포면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해저에 위치한 '왕돌초.' [자료 네이버지도]

경북 울진군 후포면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해저에 위치한 '왕돌초.' [자료 네이버지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왕돌초를 보호하기 위해 이곳 일대를 ‘국가핵심가치 바다숲’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일단 바다숲 조성은 꾸준히 추진돼 왔지만 ‘국가핵심가치 바다숲’ 지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다숲’이란 해초류가 바닷속에 숲처럼 서식하고 있는 곳을 말한다. ‘국가핵심가치 바다숲’은 일반 바다숲과 비슷하지만 생태계가 빠르게 파괴되고 있는 곳을 집중 관리해 보전할 필요성이 있는 바다숲을 특별히 가리키는 개념이다.
경북 울진군 후포면 동쪽 바다에 위치한 '왕돌초'에 갯녹음 현상이 뚜렷하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경북 울진군 후포면 동쪽 바다에 위치한 '왕돌초'에 갯녹음 현상이 뚜렷하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수산자원관리공단은 2023년까지 왕돌초에 천연해조장 보호·보전사업을 추진하고 5년간 꾸준히 왕돌초 주변 해역을 조사해 해조류를 심고 갯녹음 현상을 막을 예정이다. 
 
명정구 해양자원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동해의 이어도 왕돌암’이란 글을 통해 “이제 우리나라 바다도 대수술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풍요를 바랄 수 없는 것이 어민들이나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며 “동해 한가운데 수면 아래 묵묵히 세월을 지켜온 왕돌초는 동해의 환경변화를 이해하고 수산자원의 동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곳, 나아가 황금어장으로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곳으로 연구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주장했다.
 
울진=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경북 울진군 후포면 동쪽 바다에 위치한 '왕돌초'는 숲처럼 해초류가 가득 자라나 있어 '바다숲'으로 불린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경북 울진군 후포면 동쪽 바다에 위치한 '왕돌초'는 숲처럼 해초류가 가득 자라나 있어 '바다숲'으로 불린다. [사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