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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밥 한번 편하게 먹자···SNS 울린 파스타집의 제안

중앙일보 2019.07.05 05:00
'진짜파스타' 동업자 전미경(37·왼쪽부터)씨, 이민혁(36)씨, 김두범(34)씨, 오인태(34) 사장. 오른쪽은 '진짜파스타'에서 판매하는 크림 파스타. [사진 오인태 사장 제공,인스타그램]

'진짜파스타' 동업자 전미경(37·왼쪽부터)씨, 이민혁(36)씨, 김두범(34)씨, 오인태(34) 사장. 오른쪽은 '진짜파스타'에서 판매하는 크림 파스타. [사진 오인태 사장 제공,인스타그램]

지난 3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훈훈하게 만든 글이 있었다. “밥 한번 편하게 먹자”며 결식아동들에게 한 끼 5000원의 식대를 제공하는 ‘꿈나무 카드’로는 결제하지 않겠다는 파스타 가게 사장의 글이었다. 사장은 “그냥 삼촌, 이모가 밥 한 끼 차려준단 생각으로 가볍게 와서 밥 먹으라”며 “쭈뼛쭈뼛 눈치 보지 말고, 금액 상관없이 먹고 싶은 것 이야기해라. 다 먹고 나갈 때 카드 한 번 보여주고, 미소 한번 보여주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일 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고 웃으며 자주 보자. 현재의 너도, 미래의 너도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착한뉴스]

'진짜파스타' 트위터 계정에 지난 2일 올라온 게시글. [사진 트위터]

'진짜파스타' 트위터 계정에 지난 2일 올라온 게시글. [사진 트위터]

따뜻한 사장의 마음씨에 네티즌들은 “이런 분들은 잘 됐으면 좋겠다” “이런 가게는 사람들이 많이 가서 혼내줘야 한다”고 응원했다.  
 
글의 주인공인 오인태(34) 진짜파스타 사장은 중앙일보에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지금껏 저희가 하는 일을 트위터에 항상 공지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널리 퍼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를 가진 손님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게 된 계기에 관해 “올해 초 마포구청에 대출 관련 서류를 제출하러 갔다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작은 건축사무소를 하시는 아버지께서 소외계층을 위해 단열재 등을 무상으로 시공하는 모습을 어릴 적부터 봤기 때문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료 이벤트를 하면 식당 운영에 차질이 없느냐”는 질문에 오씨는 “무료 손님들이 많이 오시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며 “많이 팔면 많이 무료로 드릴 수 있지 않겠나. 많이 벌어 많이 기부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번 글이 유독 화제가 됐지만 진짜파스타는 이전에도 비싸지 않은 가격에 양 많고 맛있는 음식을 파는 ‘가성비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파스타 가격은 7600원부터 시작한다. 오씨는 “손님 대부분이 학생인데, 제가 대학 때 많이 가난해 여기저기 얻어먹던 서러움이 있다”며 “손님들이 배부르게 먹고 가셨으면 해서 양을 많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은 2016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문을 연 이후 꾸준히 기부 이벤트도 벌여왔다.  
 
소방관들에게도 음식을 무료로 제공해 왔는데, 오씨는 “김영란법 영향인지 많이들 오시진 않았다”며 “‘안전하게 장사하세요’라고 인사해주신 소방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또 생일인 손님에게는 위안부 할머니 후원 팔찌인 ‘희움팔찌’를 선물한다. 지난해 9월부터는 헌혈증을 가져오면 파스타와 교환해준다. 오씨는 지난 2월 그동안 모은 헌혈증 196장을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한 증서를 트위터에 올렸다.  
 
지난 2월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헌혈증을 기부한 증서. [사진 진짜파스타 트위터]

지난 2월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헌혈증을 기부한 증서. [사진 진짜파스타 트위터]

그가 이렇게 기부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할 수 있는 건 동업자들이 모두 기쁜 마음으로 동참해줬기 때문이다. 오씨는 “같이 일하는 친구들뿐 아니라 기술제휴를 맺은 티엔엠푸드 이민혁 대표가 공짜로 후원을 해주시기도 하고, 식자재를 공급하는 제이엔에스푸드 부장도 꿈이 보육원 운영이라 제품을 싸게 해주셔서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혹 댓글 중에 ‘건물주 아니냐’ ‘원래 돈이 많은 것 아니냐’ 하시는데, 전혀 아니다. 반지하 산다”며 웃었다.  
 
오씨는 “저희의 꿈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며 “식당을 더 크게 키워서 대기업처럼 좋은 일 하는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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