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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국산화율 50%···그 뒤엔 한·일 노벨화학상 0:8

중앙일보 2019.07.05 05:00 종합 6면 지면보기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 등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타격이 우려된다.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TV 매장이 모여 있는 서울 용산전자상가.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 등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타격이 우려된다.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TV 매장이 모여 있는 서울 용산전자상가. [연합뉴스]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가 4일부터 본격화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들어온 3개 품목 수입액은 4500억원 정도지만, 이로 인해 발목이 잡힌 반도체·디스플레이 두 부문의 수출액만 따져도 지난해 176조원이 넘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 중 1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일본 수출 규제에 휘둘리는 까닭
일본 기초과학 기술 100년 내공
대기업들 연 수천억씩 R&D 투자

우린 중소·중견기업이 소재 개발
업체 “정부, 대책만 내고 시행 안해”

특히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지만, 후방 산업효과는 자동차·조선 등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2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수퍼 호황을 누렸지만, 국내 소재·장비 업체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대부분 중소·중견 기업인 소재·장비 업계는 "정부 대책은 수년 전에도 나왔지만 시행된 적이 없다"며 "이번만큼은 정부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직접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①초라한 국산화율=소재 50%, 장비 18%  
반도체 제조는 300여개의 공정을 거치고, 공정별로 전용 소재와 장비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300개 공정을 아우르는 제조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300개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와 장비는 각각 일본과 미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2017년 기준 한국의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은 50.3%다. 국내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반도체협회는 "국산화율이 소재는 48%, 장비는 18% 정도"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보다 박한 평가도 있다. 국산화율 50%는 집적회로(IC) 등 저가 제품을 포함한 반도체 전반의 국산화율일 뿐,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D램이나 낸드플래시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소재의 국산화율은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주력인 고사양 반도체에 필요한 소재와 장비의 국산화율은 더 낮고, 일본이나 미국에 더 크게 의존한다"고 말했다. 
 
②화학·금속공학 기초 부실 '노벨화학상 일본 8: 한국 0'
반도체 소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 화학과 금속 재료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일본은 기초 화학과 금속 제련 기술이 한국보다 훨씬 탄탄하다"고 말했다. 기초화학 기술만 따져도 일본은 8명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한국은 전무하다. 또 일본엔 광산이 있지만 우린 마땅한 채굴 원도 없다.  
 
우리보다 긴 일본의 반도체 역사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2000년대 후반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휩쓸었다. 상위 기업 10개 중 절반이 NEC·도시바·히타치 등 일본 기업의 차지였다. 지금도 도시바 등이 건재하다. 삼성전자가 수위에 오른 건 2010년대 초반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년 넘게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과 달리 우리가 세계서 두각을 나타낸 건 채 10년이 안 된다"며 "일본이 반도체 세계 시장을 장악했을 때 성장한 소재나 장비 기업이 지금도 고부가가치 소재나 부품 경쟁력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③소재 기업 덩치 차이…일본은 대기업, 한국은 중소·중견 
반도체 소재나 장비의 한·일간 격차는 기업의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이종호 서울대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일본 소재 기업은 대기업인 반면 한국은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인 것도 국산화가 낮은 원인"이라고 말했다. 스미토모나 신예츠, JSR 등은 한 해 매출만 수조 원, 연구개발비에만 수백억~수천억 원을 쓴다. 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국내의 큰 장비 업체라야 한 해 매출 2000억원, 3000억원인 곳은 손에 꼽는다"며 "소재 기업은 몇백억 원대 매출 기업도 드물 정도"라고 말했다. 
 
또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일본은 수년 전부터 저부가가치 기술은 한국으로 이전하고, 자신들은 초미세 공정에 쓰는 고부가가치 위주로 사업을 전환했다. 회로 폭이 14nm 이하인 반도체를 만들 때 쓰는 포토 레지스트는 일본 스미토모와 신예츠, JSR 등 3사가 독점하고 있다. 국내서도 JSR에서 기술 이전을 받은 금호석유화학과 동진쎄미켐, 동우화인켐 등이 포토레지스트를 만들지만 100nm급 정도의 반도체용이다. 
 

④정부 국산화 계획 8년 만에 오히려 후퇴
소재·장비 업체들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협력사 육성이 소극적"이라고 불만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차세대 제품인 7nm급 반도체용 소재의 경우 최소 1년 전부터 공정 기술을 공유하고 같이 협업해야 개발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일본업체들과는 협업하면서 우리한텐 기회를 안 준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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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나 장비의 낮은 국산화율은 반도체 산업의 후방효과가 떨어지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최근 2년간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삼성전자는 2016~2018년 매출이 1.8배, 영업이익은 3.3배가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은 2.4배, 영업이익은 6.4배 증가했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슈퍼 호황기도 제조업체의 잔치였을 뿐 소재·장비업체의 영업실적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국내 소재·장비 업체 투자에 인색했다는 방증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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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 정책도 갈팡질팡한다.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는 2010년 시스템반도체 및 장비산업 육성 전략에서 2015년까지 장비 국산화율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산업부는 반도체산업발전 전략을 통해 장비 국산화율을 2022년까지 30%로 올리겠다고 말을 바꿨다. 익명을 요구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정부 계획이 8년 만에 오히려 후퇴한 것"이라며 "이번에도 1조원 투자안이 나온다는데 얼마나 영양가가 있을지 업계는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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