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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의 그늘…치맥집의 '6000원 점심 뷔페' 변신

중앙일보 2019.07.05 05:00 경제 2면 지면보기
'6000원 점심 뷔페'를 내건 서울 광화문의 치킨집. 근방에만 4~5곳 된다. 김영주 기자

'6000원 점심 뷔페'를 내건 서울 광화문의 치킨집. 근방에만 4~5곳 된다. 김영주 기자

서울 광화문에 '6000원 점심 뷔페'가 늘었다. 때아닌 뷔페 레스토랑 창업 붐은 아니다. '치맥(치킨·맥주)'을 주메뉴로 하는 호프집에서 점심시간 빈 테이블을 이용해 한식 뷔페를 내놓는 식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직장인의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치맥 장사가 변변치 않자 대안으로 내놓은 고육책이다.  또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직장인의 지갑이 얇아져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현금으로 내면 5500원 받는 곳도 있다.  
 

주 52시간제 1년 … 주변 업종은
직장인 퇴근 빨라지며 치맥 시들
저녁 매출 구멍, 점심 팔아 메워
광화문 부근에만 4~5곳 성업 중

3일 오후 1시, 서울의 유명 맛집이 모인 그랑서울빌딩 뒤편 호프집에서 '6000원 뷔페'로 마친 직장인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모씨는 "주변 식당 중 순대국밥도 7000~8000원 하고 짜장면도 7000원 해 여기가 가장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박모씨는 "조금 늦게 가면 붐비지 않아 눈치 안 보고 '혼밥'하기 편하다"고 했다.    
 
옥토버페스트 종로점은 3년 전, 광화문사거리 근방에서 가장 먼저 점심 뷔페를 냈다. 한 직원에 따르면 점심 방문객은 400~500명에 달한다. 2~3년 전부터 인근 오피스 지역으로 확대돼 지금은 4~5곳이 성업 중이다. 대부분 치맥을 하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으로 점심 방문객은 100~150명이다. 많게는 하루 1000여 명의 광화문 직장인이 치맥 집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셈이다. 메뉴는 한식, 가격은 5500원~6500원이다. 옥토버페스트 점주는 지난달 포시즌호텔 옆 한 치킨집을 빌려 점심 뷔페를 늘렸다. 점심시간만 가게를 재임대한 셈이다.  
 
6000원짜리 점심 장사는 빠듯하다. A치킨 점주 강모씨는 "점심 장사는 일주일에 5일, 하루에 120~130명 정도 온다"며 "한식이라 식재료비가 전체 매출에서 절반이다. 주방 인원 4명을 따로 고용해야 해 한 사람 인건비 정도 남는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녁 장사는 괜찮았지만, 올해 본격적인 주 52시간 근무제가 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강씨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최저임금 오른 건 알바를 줄이면 되지만, 손님이 줄어드는 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며 "6년 전 호프집에서 흡연이 금지됐을 때 일시적으로 매출이 절반으로 꺾인 적이 있는데 지금이 그 정도"라고 했다. 이어 "점심 장사 끝나면 저녁 장사, 가게 정리하고 가면 새벽 1시"라며  "직장인은 저녁이 있는 삶이 됐을지 모르겠지만, 저녁 장사 하는 사람들은 '손님 없는 저녁'이 됐다"고 말했다.  
 
강씨의 가게에서 50여m 떨어진 감투치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매니저 허모(37)씨는 "3명이 점심 장사만 한다. 평일 100~150명 정도 온다"며 "순익은 매출의 15% 정도 남을 듯하다"고 말했다. 허씨는 "아이가 유치원에 가게 돼 넉 달 전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준비해야 해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6000원 뷔페가 밀집한 광화문사거리 오피스 지역은 그랑서울·타워8·르메이에르·서울파이낸스센터 등 '세렉트 다이닝(유명 레스토랑을 모아놓은 푸드코트)'이 밀집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 음식점의 점심은 2만원 안팎으로 치킨집 점심 뷔페보다 3배가량이다. 한 지역에서 점심 메뉴도 양극화가 벌어진 셈이다.  

 
제약회사 영업직으로 일하는 김모씨는 "근방 네 군데 정도 가 봤는데, 메뉴와 맛은 비슷하다"며 "매일 메뉴를 조금씩 바꾸는 곳을 간다"고 말했다.  
 
6000원 점심 뷔페의 확장은 인근 식당과 구내식당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허모씨는 "손님 3명 중 한 명은 회사 식권을 가져온다. 구내식당 손님도 줄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둘 중 한 명은 카드, 한명은 현금 계산한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500원 깎아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에 이어 최근엔 주류제조사가 소주·맥주 가격까지 올려 외식업 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며 "한 가지만 해선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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