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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트럼프 대통령은 해결사인가, 쇼맨인가

중앙일보 2019.07.05 00:10 종합 29면 지면보기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지난주 전 세계 언론은 미·중 무역 전쟁 휴전 결정 및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람들 놀래키는 능력이 화끈하게 발휘됐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이제 그다지 놀랍지도 않은데, 그가 과연 뛰어난 쇼맨(showman)의 경지를 넘어 유능한 해결사 역할까지 할지는 의심스럽다.
 

오사카와 판문점에서 펼쳐진 쇼
전 세계 시선 끌지만 성과는 의문

판문점 회동을 돌이켜 보자. 북·미 정상의 악수와 짤막한 회동이 무슨 성과를 가져왔는가? 인상적인 이벤트이긴 했지만 북·미 협상을 재개한다는 합의 이상의 결과는 없다. 이 합의가 필요했던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장에서 합의 불성립을 선언하고 일찍 귀국했기 때문이다. 이후 북·미 관계는 교착 상태가 됐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단지만 내주고 그 대가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 은폐된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유지,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셈이다. 그는 이제 대북 압박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제재 해제 카드를 쓸 수도 없다. 미 의회가 동의할 리가 없다. 사실 실무자 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정상 회동은 필요하지 않았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도 비슷하다. 일본 오사카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세계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미국 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살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다. 2020년 대선에서 재선되려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에 클린턴 후보를 간신히 앞질렀던 펜실베이니아주, 미시간주, 위스콘신주에서 승리해야 한다. 이 세 개 주에서 민주당에서 이탈한 노동자층은 중국에 대한 관세 정책을 지지하지만,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인 농업 종사자들은 대두 등 농산물에 부과된 중국의 보복 관세로 어려움을 겪게 돼 반감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농업계의 표를 잃고, 관세를 낮추면 노동자층의 표를 잃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대화 재개 자체가 승리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드라마는 동맹국에까지 확장됐다.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전에 그는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에 무임승차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전쟁을 치르면 일본인들은 “집에서 소니 TV로 구경이나 할 뿐”이라고 말했다. 미·일 안보 조약상 미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이 미국을 도울 의무는 없지만,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일본군과 미군이 동시에 피해를 보지 않는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작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일 동맹에 대한 무지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압박하는 것은 농산물 시장 때문이다. 2017년에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하지 않았다면 일본 농산물 시장은 미국에 개방돼 있을 것이다. 이 역시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진 셈이다. 일본은 여러 나라와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했고, 미국은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TPP에 가입하지도, 관세를 인하하지도 않으려 하고, 대신 일본 자동차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을 올리는 결과를 낳는다. 공화당은 이런 조치가 대통령과 당이 자멸하는 길이라고 경고한다.
 
북핵과 무역 문제에 있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경고, 극적인 회담, 대화를 이어가자는 합의가 반복될 것이다. 미국 대통령에게 계속 시선이 집중되기는 하겠지만 이런 조치가 과연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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