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정치가 경제를 놓아 달라”는 박용만 회장의 호소

중앙일보 2019.07.05 00:07 종합 30면 지면보기
구구절절이 절절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그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갔다는 한·일 관계에서부터 질긴 올가미 규제에 이르기까지, 걱정을 한가득 담았다.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며 압박해 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 중국·미국 모두 보호무역주의로 기울어지며 제조업 제품의 수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우리는 여유도 없으면서 하나씩 터질 때마다 대책을 세운다.” 일부 표현에선 격한 감정마저 엿보였다. “신산업은 규제의 정글 속에 갇히다 보니 일을 시작하고 벌이는 자체가 큰 성취일 정도의 코미디 상황이다.… 의료·교육 모든 큰 서비스산업 기회는 완.전.투.망.밀.봉.식으로 닫혀 있고, 열자는 말만 꺼내도 역적 취급을 한다.”
 
박 회장의 말 그대로다. 붉은 깃발 규제는 갈수록 기세등등하다. 승차·숙박 공유, 원격진료와 개인정보 활용 등 촘촘한 그물망 규제는 무엇 하나 속 시원히 풀린 게 없다. 정부가 공무원을 잔뜩 늘리는 통에 “앞으론 규제가 더 많아지리라”고 냉가슴 앓는 게 기업인들 속마음이다. ‘일본의 치밀한 작전’에 대한 대책은 또 어떤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제 “OLED·반도체 공정을 보며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는 소재·부품을 골라내니 긴 리스트가 나오더라. 그중에 1~3번이 이번에 일본이 규제한 품목”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허하다. “이럴 줄 진작 알았다”는 투면서 정작 대책은 없다. 이제껏 정부가 대응 방안이라고 내세운 건 언제 결론날지 모르는 WTO 제소 정도다. 강경화 외무부 장관은 “(대책을) 연구해야 할 것 같다”고 사실상 빈손임을 시인했다. 심지어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는 기업 임원들에게 “일본에 지사가 있는데 (경제 보복 관련한) 사전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느냐”고까지 했다. 어이없는 정부다.
 
한편에서 정부는 기업 투자를 끌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용 참사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판국이다. 투자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다. 박 회장은 페이스북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이 모든 쓰나미의 와중에…. 어쩌라는 것입니까.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붙들어줄 것은 붙들고, 놓아줄 것은 놓아주어야 할 때 아닙니까.” 규제는 풀고, 한·일 간 정치 충돌의 파편을 기업들이 온몸으로 받지 않도록 해결해 달라는 호소다. 투자를 끌어내는 첫걸음은 이런 기업인의 목소리에 정부가 귀 기울이는 것이다.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