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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넵넵, 네넵

중앙일보 2019.07.05 00:06 종합 31면 지면보기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언젠가부터 후배들이 카카오톡 대화 말미에 ‘넵넵’ 혹은 ‘네넵’을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옛날 같으면 ‘중늙은이’ 소리를 들을 나이지만 나름 눈치는 빠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좀 낯설다. ‘네’ ‘예’가 기본형이고 ‘넵’ ‘옙’ ‘넹’ 같은 활용이 되는 건 알겠는데 ‘넵넵’ ‘네넵’은 ‘톤 앤드 매너(tone & manner)’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몇 년 전 ‘직장인의 넵 병’이란 말이 유행이었다. 카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일상화하면서 상사의 업무지시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넵’이라고 대답한다는 얘기였다. 활용형에 대한 우스갯소리도 있었는데 예컨대 ‘넵’은 일반적이지만 무관심한 느낌이 들고, ‘넹’은 귀여워 보이지만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등이다. ‘넵!’은 팀장급 이상에게 답하는 말, ‘네?’는 싸우자는 얘기란다.
 
여기까진 따라잡았는데 ‘넵넵’ ‘네넵’은 가늠하기 어렵다. 자격지심인지 몰라도 ‘알았으니 그만하시라’는 느낌도 들었다. 염치불구하고 평소 이 말을 자주 쓰는 후배들에게 카톡으로 물어봤다. A후배는 “네? (싸우자는 거냐) 그냥 쓰는 거죠. 뭐. ㅋㅋ”라고 답했다. B후배는 “윗사람의 말을 정확히 이해했다는 의미로 쓴다”고 했다. C후배는 한참 ‘읽씹’(카톡 메시지를 읽고 답하지 않는 것)하다가 “바쁘니 나중에 전화 드릴게요”라는 답이 왔다.
 
동시다발적 대화가 이뤄지는 모바일 메신저의 홍수 속에 산다. 글은 늘 불완전해서 대면으로 소통하는 것만큼 발화자의 의도나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다. 어쩔 수 없다지만 가끔 답답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공상을 할 때쯤 C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배 요즘 한가하구나. 쓸데없는 소리나 하고. 밥이나 사요.”
 
이동현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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