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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한미약품…흔들리는 바이오주

중앙일보 2019.07.05 00:06 경제 1면 지면보기
제약·바이오 업계에 ‘한미약품 쇼크’가 몰아쳤다.
 

얀센 “비만·당뇨 치료제 기대 이하”
1조원대 기술수출 계약 물거품
주가 27% 하락, 2년여 만에 최저
제약·바이오주 2% 넘게 떨어져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에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License Out)했던 비만·당뇨 치료제(물질명 HM12525A)의 권리를 얀센이 한미약품에 반환하면서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얀센과 관련 계약을 맺으면서 최대 9억1500만 달러(약 1조700억원)를 받기로 한 바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얀센이 이 물질에 대한 권리를 반환하기로 했지만, 이미 받은 계약금 1억500만 달러(약 1230억원)는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신약 개발 성공시 매출에 따라 받기로 했던 8억 달러(약 9500억원)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했던 신약후보 물질의 권리를 돌려받은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얀센이 이 물질 관련 권리를 반납하는 건 약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얀센이 실시한 임상 2상에서 고도비만 환자의 체중 감소 효과는 목표치에 도달했지만, 혈당 조절 등의 효과는 얀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은 “얀센이 권리 반환을 통보했지만, 역설적으로 비만약으로서의 효과는 충분히 입증됐다”며 “한미약품은 여전히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고,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도 30여개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시장은 거세게 반응했다. 4일 한미약품의 종가는 30만1500원으로 전일 대비 11만3000원(-27.26%)이나 빠졌다. 2017년 4월 27일 29만9500원으로 마감한 이후 2년 2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한미약품의 지주사격인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도 전날보다 1만8750원(-27.7%)이 내려앉은 4만8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추가적인 기술 수출과 같은 연구개발(R&D) 결실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은 정당화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추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현재의 주가 수준도 유지하기 어렵단 얘기다.
 
한미약품 뿐 아니라 제약·바이오 업종은 이날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이날 코스피·코스닥에서 제약업종은 전날보다 2.98% 급락했다. 123개 종목 중 99개 종목이 내렸다. 바이오(생물공학) 업종도 전날보다 2.22% 내렸다. 43개 종목 중 30개 종목이 하락했다.
 
될 성 싶은 신약후보 물질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 등에 기술 수출하는 방식이 한계에 닥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신약물질 선별 과정에서 물질 자체의 효능을 좀 더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세중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임상 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는 충족한 것으로 보이나 혈당 조절 효과에서 다른 경쟁 약물에 비해 우월성을 증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파트너사가 권리를 반납한 사유는 결국 시장성 혹은 효능에 대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업체들은 당분간 지금 같은 기술 수출 방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국내 업체의 역량으로는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임상 3상을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평균적으로 5000~1만개의 신약후보 물질 중 1개 정도만이 시판 가능한 신약에 이른다. 여기에 임상을 거쳐 판매 승인이 나기까지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1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런 사정 때문에 기술 수출 방식이 아닌 자력으로 FDA의 임상 3상을 통과한 국내 제약사 신약 물질은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뇌전증 치료물질)’가 유일하다. 익명을 원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실 냉정하게 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신약 물질로 임상 3상을 통과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기술 수출 방식은 효능 평가 결과 언제든 중간에 권리 반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정용환·김정민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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