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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판문점 회동 그후…트럼프·김정은 핵 인정 담판할까

중앙일보 2019.07.05 00:04 종합 24면 지면보기
북한 핵 위협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위험요인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북·미 판문점 정상회동 이후 한국의 안보가 더 위험한 지경에 빠졌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및 중국에 대비할 시간을 벌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위장 평화의 월계수를 얻었다. 트럼프·김의 ‘정치적 쇼’ 무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검증되지 않은 평화를 외쳤다. 핵무장 완성단계인 김 위원장은 말로만 비핵화를 하는 척했다. 한·미동맹은 더 취약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이번 회동을 “사실상의 종전선언” “새로운 평화시대”라고 했다. 한국은 핵무장 북한의 의심스러운 비핵화와 불명확한 한반도 평화 속에 서 있다. 더 깊숙한 위기다. 그래서 ‘플랜 B’를 준비할 때라는 주장이 나온다.
  

판문점 회동, 핵협상의 새 출발선
북에 안전보장, 한국엔 독약 우려도
핵우산 제거와 주한미군 철수까지
북 협상 거부 땐 플랜 B 준비해야

판문점 회동은 ‘하노이 노딜(No Deal)’로 교착된 북한 비핵화 협상을 100m 경주의 출발선에 다시 서게 한 것뿐이다. 판문점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재선을 위한 화려한 무대였다. 당분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도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은 미국 압박의 방파제를 확보했다. 이 기회에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더 만들 수 있게 됐다. 문 대통령은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에 서명 당사국 정상들이 만나 적대감을 해소하는 듯한 장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엔 아무런 진전이 없다. 미국 언론에선 백악관이 ‘북핵 동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경계성 보도를 냈다. 북핵 동결은 북한의 기존 핵무기는 인정하되 앞으로 더는 만들지 말라는 의미다.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이다. 북한으로선 핵동결을 통한 단계적 비핵화로 핵 보유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 결과 핵무장 북한과 비핵 한국 사이의 안보 불균형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KRIS)의 『북한 비핵화 프로세서에 대한 전략적 재평가(6.17)』 보고서에 따르면 위기는 더 심각하다. 북한은 이미 30∼60발의 핵탄두를 보유했고(미 중앙정보국·CIA),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확보한 상태다. 또 매년 12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은 이를 기반으로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조선반도 비핵화’를 기정사실로 하는 기념주화도 만들었다. 그런데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비핵화 조건으로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능력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유사시 핵무기를 운영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투명화와 축소·철수, 괌과 하와이에서 핵무기 철수, B-52 전략폭격기와 B2 스텔스기 및 항공모함 등의 한반도 전개 금지다. 안전보장은 이런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 주장대로 안전을 보장하려면 핵우산을 거둬들이고, 주한미군을 축소·철수해야 한다. 북한은 판문점 회동 직전 미국에 안전보장을 요구했다. 다행히 이번 판문점에선 공개적 언급이 없었지만, 북한은 언제든 다시 들고나올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핵무장을 미국의 핵무기에 대비한 자위 방안이라고 강변했다.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의 오래된 주문이기도 하다. 김일성은 한국전쟁 때 미국의 개입으로 한반도 공산화에 실패했다. 그때 뼈저린 교훈으로 주한미군을 내보내는 게 그의 목표였다. 한·미동맹을 사실상 해체하는 것이다. 그 수단이 핵무기다. 보고서에서 통일연구원 김진하 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과 비핵화 교환’은 북한의 핵무장을 방조하는 수단”이라고도 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나아가 김 위원장은 ICBM과 핵무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지을 수도 있다고 한다. 북한이 ICBM 포기와 함께 핵무기로 미국을 겨냥하지 않고, 핵을 제3국이나 테러리스트에게 이전하지 않으며, 미국에 전략적으로 협조한다는 내용이다. 그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한의 안전보장을 약속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안보원장의 얘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안전보장을 약속하면 북한은 핵보유 지위를 얻는다. 반대로 한·미동맹은 껍데기만 남고, 한국의 안전은 더욱 취약해진다. 대북 안전보장이 우리에겐 독약이 된다. ‘대북 안전보장의 패러독스’다. 한국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북한의 또 다른 목표는 “핵공격 능력으로 적화통일을 도모하고 있다”고 윤 전 원장이 지적했다.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능력 보유로 미국의 한반도 개입과 영향력을 차단한 뒤 적화통일을 추구한다는 논리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도 지난 2월 “북한이 비핵화가 아닌 한국의 비무장(주한미군 철수 등)을 노리고 있다”고 언급한 적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끌어냈고, B2 스텔스 폭격기와 미 항공모함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차단했다. 미 전략자산은 핵무기를 운영하는 무기체계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 북한 도발 시 미국의 반응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이 전략자산을 동원해 한국을 도울 수 있을까다. 국민대 박휘락 교수(정치대학원)는 북한이 핵위협 하에 천안함 사건처럼 우리 함정을 공격하거나, 백령도 등 서북 5도 기습 점령, 수도권 공격, 최악의 경우 수도권을 우회해 평택 미군부대를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1·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쟁이 오판 때문에 발생했듯이 김 위원장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핵무기와 전략자산 등 확장억제로 대응하면, 미국의 도시가 북핵의 위협을 받는다는 게 부담이다. 그때 미국은 주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완전한 현상은 냉전시대 유럽에서 이미 경험했다. 문제는 한·미동맹이 과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보다 약하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이런 안보상황에 문재인 정부의 ‘절대평화주의’는 안보를 더 취약하게 한다. 중앙대 제성호 교수(법학전문대학원) 분석이다. 절대평화주의는 ▶(북한의) 부분적 비핵화에 만족하는 불완전 평화 ▶선언적 문구에 집착한 보여주기식 평화 ▶인위적인 평화 ▶안보 역량을 스스로 약화하며 북한의 선의에 기대하는 평화다. 사실 문 대통령의 ‘평화’는 이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 판문점 회동을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는 말이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9·19 군사합의도 마찬가지다. 이 합의로 북한군 정보수집은 제한됐고 훈련도 축소했다.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에서 보인 군의 나태한 모습은 절대평화의 후유증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2022년까지 조기 전환할 계획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연합체제를 거의 해체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핵능력이 더 강화되고 대북제재 구멍으로 북한이 협상을 거부할 경우 ‘플랜 B’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고려대 김성한 교수(국제대학원)는 플랜 B의 방안으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미 전술핵 재반입 ▶NATO처럼 미국 핵을 한국과 공유 ▶한국의 핵개발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선에 성공하지만 북핵 협상에 실패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미 전략대화를 더욱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북핵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와해할 수도 있어 일본과의 관계도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정부에 바란다. 통일된 대한민국의 미래는 분명 가치가 있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 삶은 더 중요하다. 단절된 삶과 역사는 비극이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임무는 역사의 단절을 막고 국민을 지키는 것이다. 그게 헌법의 명령이고 정치가의 할 일 아닌가.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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