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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뺏긴 러시아 북극 LNG…한국, 워싱턴 첩보전서 졌다

중앙일보 2019.07.05 00:02 종합 2면 지면보기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자 노바텍이 야말반도에 세운 첫 번째 북극 LNG 생산기지인 야말 기지. 노바텍은 후속 사업인 ‘북극 LNG-2’ 기지를 2020년 착공할 계획이다. [사진 노바텍]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자 노바텍이 야말반도에 세운 첫 번째 북극 LNG 생산기지인 야말 기지. 노바텍은 후속 사업인 ‘북극 LNG-2’ 기지를 2020년 착공할 계획이다. [사진 노바텍]

러시아가 추진하는 북극권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놓고 한국과 일본의 ‘실력’ 격차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미국 제재 걱정에 결정 미뤄
일본은 상사맨 풀어 바닥 첩보 입수
일본 정부 통 큰 투자결정 끌어내

일본 미쓰이물산과 러시아 노바텍은 지난달 29일 일·러 정상회담 직후 ‘북극 LNG-2 사업’ 투자 합의문서에 서명했다. 미쓰이가 전체 생산량(1980만t)의 지분 10%를 확보하는 계약이었다. 한국도 적극적인 관심을 밝히며 지난해 6월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때 양해각서(MOU)까지 맺었던 사업이다. 이 때문에 한국이 러시아와 LNG 수출 경쟁을 벌이는 미국의 눈치를 보다가 최종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일본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앙일보 6월 27일자 B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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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북극 LNG-2 사업 계약을 성사시킨 데 대해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지난 1일 미국의 제재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 상사맨들이 워싱턴 정가를 누비며 정보를 끌어모아 일본 정부의 통 큰 투자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보도했다.  
 
일본 입장에선 러시아 LNG 사업을 견제하는 미국의 태도가 최대 걸림돌이었다. 그러자 미쓰이 측은 미국 주재원들을 가동해 물밑에서 미 의회 의원들을 접촉해 청취한 내용을 토대로 “북극 LNG-2 사업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작다”는 결론을 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 정부가 사실상 통제하는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관례를 깨고 총투자금(약 25억 달러)의 75%를 출자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도 미쓰이 측의 이 같은 정보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반면에 한국 측은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동향 파악을 주로 공개 정보에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미국 관련 정보는) 언론 모니터링과 에너지 전문 정보회사의 자료를 참고해 취합하고 있다”며 “(미 의회 등을 상대로) 직접 접촉하거나 따로 로비 업체와 계약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한·일 간 정보력 격차가 북극 LNG-2 사업과 같은 대규모 에너지사업 투자에 대한 판단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익명을 원한 전직 가스공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LNG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각국 사업자들의 정보전이 치열하다”며 “(가스공사가) 국내 독점적 공급자로서 ‘구매력(buying power)’만 믿고 안일하게 대응해 온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권원순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는 러시아 정보 파악 능력에 대해서도 “일찌감치 천연가스 부국 러시아에 눈을 돌린 일본 업체들은 관련 정보와 연구의 깊이가 다르다”며 “미쓰이의 경우 사내 러시아어 구사자만 2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양국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도 비교된다. 일본 정부는 JOGMEC 출자는 물론 일본무역보험을 통한 리스크 완화로 미쓰이의 사업 참여를 뒷받침했다. 이와 관련해 전직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관계자는 “북방위는 주로 정책 어젠다를 제시할 뿐 실질적인 기능을 못했다”며 “민간이 주도하고 관이 지원하는 일본의 구조와 비교된다”고 주장했다.
 
가스공사 측은 북극 LNG-2 사업과 관련, “(노바텍이 초기에 제시한) 지분 매입비가 높아 부담이 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사업 경과를 보면서 기존 참여사의 일정 지분을 매입하거나 생산물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직 가스공사 관계자는 “비싸다는 이유로 투자를 포기했는데, 이후 지분을 매입하거나 이미 생산된 LNG를 사면 프리미엄이 붙어 더 비쌀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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