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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학대보다 부모 학대 범죄에 가중처벌…“유교 문화 반영”

중앙일보 2019.07.05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위기의 가족 범죄<중> 
2017년 친딸 고준희(당시 5세)양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고모(38)씨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뉴스1]

2017년 친딸 고준희(당시 5세)양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고모(38)씨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뉴스1]

가족 간 범죄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녀를 살해하는 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모, 조부모 등 직계존속에 대한 범죄는 가중처벌이 되지만 아들, 딸과 같은 직계비속에 대한 범죄는 일반 범죄처럼 취급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약자 대상 범죄 똑같이 엄벌을”

직계란 손자, 증손과 같이 곧바로 이어지는 관계를 뜻한다. 이 중 손윗사람은 직계존속, 아들·딸·손자·손녀 등은 직계비속으로 구분한다. 형법 제250조 2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 살인(5년 이상의 징역)에 비해 양형 기준이 더 높다.
 
이 밖에도 존속상해, 폭행, 유기, 학대, 협박죄 등은 가중처벌이 가능하다. 대법원이 공표한 양형 기준에도 존속살해는 처벌을 가중하는 요소로 규정돼 있다. 반면에 비속살해는 일반 살인과 처벌 기준이 같다. 직계비속의 경우 양형 기준이 오히려 완화돼 감경 처벌하는 경우도 있다. 영아살해, 영아유기가 이에 해당한다. 형법 제251조는 ‘참작할 만한 동기로’ 영아를 살해한 경우에 한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같은 이유로 영아유기도 감경이 가능하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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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일각에선 영아는 범죄에 저항할 능력이 없고 사회적 약자인 만큼 처벌을 가볍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자녀가 부모에게 죄를 저지르는 것만큼 부모가 자녀에게 행하는 범죄, 배우자에 대한 범죄 등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 모두 패륜행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가부장적인 유교문화가 처벌 기준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장은 “‘동반자살’ 같은 표현에 가부장적인 인식이 숨어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죽기로 결정했다고 가족도 피해자로 삼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살해 혹은 자살교사 및 방조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같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식을 살해한 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동반자살이 아닌 살인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속 범죄만 가중처벌하는 데 대해 이윤호 학장은 “처벌 기준을 가족 관계에 맞추기보다 스스로 방어하지 못하는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를 때 가중처벌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교수는 “영미법에서는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를 때는 더 강하게 처벌한다”며 “자녀 학대, 배우자 폭행 등 사건을 범죄가 아닌 일종의 ‘보호 사건’으로 취급하는 인식이 변해야만 양형 기준에 대한 논의도 진전될 수 있다”고 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가족 간 범죄가 일어나도 피해자를 가해자와 격리해 보호하기 위한 시설 등이 부족하다. 사회 인프라 구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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