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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 옆집에 “애 도시락 좀 부탁”

중앙일보 2019.07.05 00:02 종합 16면 지면보기
4일 오전 11시 30분 충북 청주시 A초등학교 앞. 학부모 김모(35)씨가 헐레벌떡 교실로 달려갔다. 그의 손에는 도시락 3개가 들려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이웃집 맞벌이 부부의 자녀를 위한 도시락이었다. 조리종사원들의 파업 참여로 이 학교에서는 어제부터 급식이 중단됐다. 김씨는 “아이가 전날 학교에서 준 빵과 음료수를 싫어해서 김밥·치킨·물 등을 준비했다”며 “지인도 자녀들에게 빵 대신 도시락을 먹이고 싶다고 해서 2개 더 쌌다”고 말했다.
 

초·중·고 1771곳 이틀째 급식중단
파업 줄었지만 강원·부산은 늘어

학교 측에서 사전에 도시락을 싸 오라고 안내했지만 이를 준비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대구 달성군의 B중학교에서는 학급당 2~3명의 학생이 도시락을 싸 오지 못했다. 이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거나 친구들의 도시락을 함께 먹었다. 한 학생은 “도시락을 싸 오지 못했지만 친구들과 나눠 먹어서 괜찮다”고 말했다.
 
조리종사원 등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이틀째인 4일 전국 국공립 초·중·고의 16.9%에 해당하는 1771곳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전날(2802곳)과 비교해 급식중단 학교가 1031곳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학부모가 불편을 겪었다.
 
교육부는 이날 전체 학교 비정규직(교육공무직) 직원(15만1809명)의 11.4%인 1만7342명이 파업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3일 파업에 참여한 인원(2만2004명)보다 4662명 줄었다. 이에 따라 전국 국공립 초·중·고 1만454곳 중 정상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학교는 8277곳으로 3일(6891곳)보다 1386곳 늘었다.
 
4일 급식이 중단된 1771곳의 학교 중 1194곳은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를 제공하고, 377곳은 도시락을 싸 오도록 사전에 안내했다. 급식중단으로 단축 수업을 하는 곳은 109곳이고, 91곳은 외식 등을 했다. 406곳은 기말고사 때문에 파업과 관계없이 급식을 하지 않았다.
 
대부분 지역에서 급식중단 학교 수가 줄었지만, 증가한 곳도 있다. 강원은 248곳에서 251곳으로, 부산은 72곳에서 73곳으로 늘었다. 반면 경기지역의 급식 중단 학교는 전날(842곳)보다 442곳 줄어든 400곳이었다. 경남은 268곳에서 131곳으로 감소했고, 광주는 123곳에서 29곳으로 줄었다. 교육부는 파업 마지막 날인 5일에는 급식 중단 학교 수가 1508곳(14.4%)으로 더 줄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전날 광화문 광장에 이어 각 지역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는 교육공무직원 2000여명이 참가하는 결의 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기본급 6.24% 인상과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80% 수준으로 높이는 것을 주장했다.
 
파업을 둘러싼 찬반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학생을 볼모로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 존중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파업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학생·학부모·학교에 전가하는 상황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민희 기자, 청주·대구=최종권·백경서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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