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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배터리 다시쓰기 ‘황금알 시장’

중앙일보 2019.07.05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퀴즈 하나. ‘전기차는 죽어서 ○○○를 남긴다.’ ○○○에 들어갈 정답은 ‘배터리’다. 내연기관차의 핵심 부품이 엔진이라면, 전기차는 배터리다. 배터리값이 전기찻값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그런데 수명을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고철’ 취급한다면?
 

ESS로 10년 이상 재활용 가능
2035년 세계 시장규모 3조원대
테슬라·도요타·BMW 이미 사업

정부가 해법을 찾아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환경부·제주도·경상북도·현대차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체계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제주도에 연 1500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남명우 산업부 전자전기과장은 “그동안 보급에만 치중한 전기차를 관리·재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로 유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배터리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대기환경법에 따르면 전기차를 폐차할 경우 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한다. 올해 5월 말 기준 전국에 보급한 전기차는 6만9000대다. 그런데 반납한 전기차 배터리는 112대(0.16%)에 불과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전기차협회장)는 “전기차는 3년 전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며 “조만간 폐배터리 처리·재활용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는 분해한 다음 순수 자원(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으로 다시 쓸 수 있다. 한발 나아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하면 ‘황금알’이 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최민지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7~15년 운행한 전기차 배터리는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에서 폐차할 경우 ESS로 10년 이상 재활용해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재생 배터리 판매 가격이 새 제품 대비 30~7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내비건트 리서치는 중고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15년 1500만 달러(약 175억원)에서 2035년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 자동차 브랜드는 이미 전기차 판매뿐 아니라 배터리 재활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닛산은 2014년부터 구형 전기차 배터리를 반납해야 신형으로 교체해 준다. 이미 회수한 배터리로 가정용·상업용 ESS를 만들어 팔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내년에 폐배터리를 활용한 이동형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테슬라·도요타·BMW·다임러도 재활용 배터리 ESS 시장에 뛰어들었다. 김 교수는 “전기차 보급에 들이는 노력의 일부라도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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