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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 구조조정…중소 차부품사 “최후발악 심정, 빚내 설비투자”

중앙일보 2019.07.05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대형 부품업체들은 기술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중소업체는 투자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진은 군산시 한 공장의 차량 부품 제조 로봇. [문희철 기자]

대형 부품업체들은 기술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중소업체는 투자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진은 군산시 한 공장의 차량 부품 제조 로봇. [문희철 기자]

“이대로 있으면 그냥 망할 게 불 보듯 뻔해요.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마지막 발악하는 심정으로 또 설비투자를 집행했습니다.”
 

차 판매 부진에 부품업계 직격탄
부품 단순한 전기차 확산도 영향
중소 업체 변화 대비할 여력 없어
신차 맞춘 생산설비 전환 손 놔

자동차 파워트레인용 사출 부품을 성형제조·조립하는 중소 부품기업 C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 3개 완성차 제조사에 납품하던 이 부품사는 국내 완성차업체가 국내·외에서 생산하는 차량이 감소하면서 덩달아 실적 부진에 빠졌다.
 
연초 최대 납품처로부터 ‘추가 물량 소화가 어렵다’고 통보받고 해외 납품처를 찾고 있다. 하지만 논의하는 곳마다 추가 설비투자와 장비 구매를 요구해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투자를 결심했다. 이 회사 대표는 “잉여금을 까먹은 건 한참 됐고 그나마 정부가 금융권에 부품사 대출을 지원하는 분위기 덕분에 돈을 빌려서 투자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어려움에 빠졌다. 대형 부품업체는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기술투자에 나선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협력업체는 기술투자 여력조차 없어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자동차부품업체 만도는 2일 대규모 희망퇴직 접수와 임원 감축에 나서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 법인 판매가 줄어드는 등 수익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전기차 등의 미래차 기술 개발을 위해 조직을 정비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만도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은 미래 자동차 산업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정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글로벌 자동차 시장 축소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1~5월) 세계 주요 지역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감소했다. 특히 한국 자동차 부품사가 대량으로 부품을 납품하는 중국 시장에서 승용차 누적 판매량이 같은 기간 15.2%나 줄어들었다. 미국(-2.4%)·유럽(-2.0%) 등 선진국 시장은 물론 인도(-6.9%)·러시아(-2.2%) 같은 신흥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서 수출선을 다변화한 만도 같은 대형 부품기업도 실적 부진을 피해 가지 못한 배경이다.
 
그러나 중소 부품업계는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할 여력조차 없다. 자동차 업계의 판매 부진 등으로 수익이 감소하고 있어 연구개발에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완성차업체 납품실적은 2017년 47조원에서 2018년 46조원으로 줄어들었다. 자동차산업 1차 협력업체의 매출액도 2014년 78조원에서 지난해 71조원으로 낮아지고 있어 업계 전반의 수익이 나빠진 상황이다.
 
전기·수소차가 늘어나면서 부품업계의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구조가 복잡하고 부품 수가 많은 엔진·변속기 등이 전기차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내연기관 중심의 부품만 생산해 온 2·3차 협력업체의 경우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부품 생산으로 설비를 전환하지 않으면 당장 판로가 끊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기존 내연기관 부품업체가 대규모 투자가 동반돼야 하는 미래 자동차 기술을 갖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 “친환경 자동차의 비율이 높아지면 이들 업체의 수익도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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