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상조 “日수출규제 예상했지만…아베 의도에 말리면 안 돼”

중앙일보 2019.07.04 23:06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중앙포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중앙포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4일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와 관련해 "사전에 충분히 예상했다"며 "작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후 국내외에 여러 징후가 있어서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JTBC와의 인터뷰에서 "에스컬레이션(갈등 상승)을 만들겠다는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의도이고, 거기에 말려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다"며 수출 규제 관련 대응방침을 소개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취할) 리스트는 마련했다"면서도 "많게 보면 1000개일 수 있고 적게 보면 수십 개일 수 있는 상황에서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 것을 일본이 선택해 저희도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는 사실상 '보복적 성격'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당수토론회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정치적 이유로 경제 제재 한다는 것을 표명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에 위배되는 말씀을 한 것으로 생각하고, 한국 정부는 그런 부분에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21일 열리는 일본 참의원 선거와 2020년 열리는 도쿄올림픽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희망하건대 일본 참의원 선거 후 일본의 태도가 누그러졌으면 좋겠다"고 밝히면서도 "그러나 위험관리는 낙관적 전망에 대해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한다"고 덧붙였다. 2020년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에게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2020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일 것이다"라며 "(이 상황에서) 수출규제를 그렇게 까지 끌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런 예상이 현실화되도록 국제적 공조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일본은 한국에 단기적으로 가장 피해를 줄 수 있는 품목을 골랐겠으나, 일본 기업에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요산업 밸류체인상으로 보면 한일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기업의 생산에 중요한 차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김 실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정부의 상응 조치를 국민들에게 모두 공개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준비한 대응 방침을 자세하게 설명하면 일본과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실장은 "일본의 카드에 우리가 대응하면 일본이 바로 다음 카드를 꺼낸다"면서 "'상승작용'을 원하는 아베 총리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에게는 보다 자세하게 설명 말씀을 드리는 것이 투명하게 또 정부가 일을 하면서 지원을 받는 그런 효과가 있겠지만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게임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준비한 것을 자세하게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은 상대에게 패를 다 보여주는 것이어서 일본을 상대로 한 협상력을 떨어트린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한도 내에서만 말씀을 드리겠다는 것을 전제했을 때, 일본 제재 예상 품목을 추리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과정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5대 그룹과 전화 통화 등으로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면서도 "기업과도 사전에 협의하면서 준비할 일을 부탁했으나 단기간 준비로 대체 수입선 마련이나 생산설비 증설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대신 이번 조치를 장기적인 면에서 기간산업 필수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할 동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