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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인생중 33년 감옥에서···4번째 구속 장영자 징역 4년

중앙일보 2019.07.04 17:14
전두환 정권 당시 '어음 사기 사건'으로 구속됐던 장영자 씨가 사기혐의로 네번째로 구속돼 지난 1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전두환 정권 당시 '어음 사기 사건'으로 구속됐던 장영자 씨가 사기혐의로 네번째로 구속돼 지난 1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큰손’ 장영자(75)는 결국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일 열린 선고 공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가 4일로 다시 선고 기일을 잡았지만 장씨는 서울구치소를 통해 출석 거부서를 내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장두봉 판사)는 장씨의 사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누범 기간 중 범행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수사단은 장씨가 2015년 7월~2017년 5월 세 차례에 걸쳐 지인들에게 모두 6억2000여만원을 가로챘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남편(고 이철희 전 중앙정보부 차장) 명의의 주식을 현금화해 재단을 설립하려는데 상속 절차에 현금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지인들을 속였다. 액면금액 154억20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가 위조된 것을 알면서도 현금으로 바꿔 달라고 교부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피해 변제도 없이 증인들에게 욕설하는 등 태도가 불량하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보다 1년 적은 4년을 선고했다.  
 
75년 생애 중 이미 29년 복역…1심 4년 더하면 33년
1944년생으로 올해 75세인 장씨에게 4년은 짧지만은 않은 기간이다. 장씨는 1982년 이른바 ‘장영자ㆍ이철희 부부 어음 사기’ 사건으로 처음 구속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씨와 인척이었던 그는 중앙정보부에 재직 중이던 남편과 정관계 고위급 인사들과의 관계를 앞세워 세간의 믿음을 샀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몇 배에 달하는 어음을 할인해 유통하며 이득을 챙겼다. 그 규모만 7111억원으로 ‘단군이래 최대 어음 사기’라는 말도 나왔다. 어음은 부도를 냈고 당시 중견기업이던 공영토건과 일신제강이 무너졌다. 이 일로 처음 구속된 뒤 15년형을 선고받았고 1992년 10년 만에 가석방됐다. 
 
하지만 감옥 밖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994년 사기로 또 구속됐고 1998년 8ㆍ15특사 때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2000년 200억대 구권화폐 사기 사건으로 쇠고랑을 차자 1992년 가석방이 취소돼 남은 4년 8월을 복역하고 새로 받은 10년형을 더해 15년을 교도소에 있었다. 2015년 만기출소 때까지 이미 복역한 기간만 29년이다. 이번에 4년이 또 추가됐으니 일생의 절반에 가까운 33년 동안 사기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는 것이다.  
 
“기자들 기사 제대로 쓰라” 호통친 장씨…75번 반성문 제출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재판에서 장씨는 지금까지 75차례 반성문과 탄원서를 제출했다. 재판 기간이 6개월 남짓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한 달에 12차례, 3일에 한 번꼴로 반성문을 냈다. 장씨의 변호를 맡았던 국선변호인은 “장씨가 낸 것은 반성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행동이 사기가 아니었다는 점을 재판부에 상세히 설명한 것”이라며 “장씨는 말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글도 잘 쓴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재판에서 장씨는 “제가 변호사에게 골동품을 팔아달라고 했다거나 돈이 없어 국선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며 기자들에게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장씨의 변호인은 “본인은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 아마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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