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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북 영향력 없다"···아베 한밤 말폭탄, 외교결례 논란

중앙일보 2019.07.04 17:01
▶고토 겐지(後藤謙次)=“문재인 대통령과 G20(주요20개국)에서 만났으면 북ㆍ일 관계의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지 않았을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아마도 그런 것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감스럽지만 지금 북한에 대해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문 대통령이 아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 대북 영향력 없어" 외교 결례
"수출규제는 정치 보복"이란 속내 드러내
"참의원 선거 후에도 보복조치 안 거둘 것"

 
3일 밤 일본 민영 TV아사히의 메인 뉴스에 출연한 아베 총리와 해설자 고토 사이의 대화는 시종 아슬아슬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월 3일 밤 TV아사히에 출연해 해설자 고토 겐지와 한일관계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TV아사히 화면 캡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월 3일 밤 TV아사히에 출연해 해설자 고토 겐지와 한일관계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TV아사히 화면 캡처]

대화 내용이 한국으로 넘어가자마자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은 일본인 납치 문제를 포함한 북·일 관계 진전에 도움이 안된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다. 다른 나라 정상에 대해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건 외교 결례인데다 금기를 넘었다는 반발을 살 수 있다.  
 
아베 총리의 작심 발언은 이어졌다.
▶고토=“G20정상선언에서 자유무역을 강조했는데, 직후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발표가 있었다. 모순된 메시지 아닌가.”

▶아베=“전혀 아니다. 이번 조치는 금수조치가 아니고, 통상적인 무역에 관세를 매기는 것도 아니다. 국제적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우대조치를 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제적 약속이 휴지가 됐다.”
▶고토=“국민들의 감정을 가라앉히는 게 리더의 중요한 역할 아니냐.”

▶아베=“지난번 상대편이 내놓은 (징용문제 해결) 방안은 우리가 도저히 받을 수 없었는데, 그런 걸 이제 와서 내놓았다. 우리도 당연히 할 것은 해야 한다. '저쪽편'(한국)이 (후쿠시마현) 주변 수산물 (금지조치)에 더 많은 지역을 추가할지 모르는데, 일본도 할 때는 뭐든 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수출 규제 조치는 안전보장을 위한 수출 관리 차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선 규제가 정치적 보복 조치라는 '혼네(本音·본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은 그 자체로 공격적이었지만 정작 일본인들이 더 놀란 표현은 따로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베 총리는 수산물 금수조치를 언급할 때 한국을 ‘무코가와(向こう側·저쪽편,상대편)'라고 불렀는데, 이는 주로 적대적 관계의 상대방을 칭하는 표현이다. 일본 유력 언론사의 간부는 “국가 간 관계에선 물론 일상 대화에서 사용하기에도 조심스러운 표현"이라며 "요즘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해서도 이런식으로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한국과 문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심이 드러난 표현”이라고 했다.
 
한국 내에선 “수출 규제는 참의원 선거(7월21일)를 앞두고 보수표를 겨냥해 빼든 카드이기 때문에 선거 뒤엔 해결의 실마리가 생길 것"이란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일본 총리 관저와 정치권의 기류는  다르다. 아베 총리 입장에선 위안부와 징용 문제 등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쌓여온 갈등을 놓고 뽑은 카드이기 때문에 쉽게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와 가끔 전화 통화를 한다는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총리관저 내부엔 대법원 징용 판결 이후 무려 8개월 동안 한국 정부에 일방적으로 무시를 당해왔다는 기류가 강하다"며 "참의원 선거만 위한 카드가 아니기 때문에 선거 뒤에도 아베 총리의 태도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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