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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김일성이 벌인 전쟁인가" 이 질문에 답변 주저한 정경두

중앙일보 2019.07.04 16:08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을 놓고 두 번 사과했다. 오후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합동브리핑에서 사과했고, 이어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사과했다. 그래도 정 장관은 국방위에서 의원들의 날카로운 개인 신상에 대한 공세에 주눅이 들지 않았다. "책임을 질 의향이 없나"는 물음엔 "인사권자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대응했다. 
단 막힘이 없었던 정 장관이 이날 총 5시간 40분가량 진행된 국방위에서 답변을 바로 내놓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렸던 장면이 두 차례 정도 있었다.
 
정 장관은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 처음으로 말문이 막혔다.
 
▶이 의원=“(경기도 파주 적성면 적군 묘지는) 아직도 적군 묘지 맞죠?”
정 장관은 4초 뜸을 들였다.
▶정 장관=“네, 적군 묘지입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3일 오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3일 오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기본적 사항인데도 시간이 걸렸다. 적군 묘지는 6ㆍ25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의 시신, 전쟁 이후 북한 공작원의 시신이 묻힌 곳이다. 국방부가 제네바 협약에 따라 1996년 조성했고, 지난 3월 관리권을 경기도로 넘기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 3월 한 종교단체 주관으로 이곳에서 ‘제3차 파주 적성면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군인 추모제’가 열렸다. 일부 정치인들도 행사에 참가했다.
 
이 의원은 아직 국방부의 관리권이 경기도로 넘어가기 전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인민군 추모제를 하게 내버려 둔 국방부를 어떻게 생각하나”고 따졌다. 정 장관은 “국방부에서 성역화할 그런 의사는 전혀 없다”고 진화했다.  
 
6·25 전쟁의 성격을 묻는 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정 장관은 즉각 답하지 못했다.
 
▶백승주 의원=“장관님. 6ㆍ25전쟁은 김일성과 노동당이 벌인 전쟁범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요?”
정 장관은 4초 동안 말이 없었다.
▶백 의원=“전쟁범죄입니까, 아닙니까, 6.25가?”
▶정 장관=“어떤 의미로 말씀하시는 겁니까?”
▶백 의원=“북한이 남침을 기획하고 침략한 전쟁이라 생각하는 데 동의합니까?”
▶정 장관=“북한이 남측 이렇게 침략한 전쟁으로.”
 
백 의원은 이어 김일성과 노동당의 전쟁 범죄의 공범이 될 수 있는 약산 김원봉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려 했다.
 
▶백 의원=“그 당시에 김일성을 검열상과 노동상으로 도운 김원봉은 전쟁 범죄의 책임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정 장관은 고개를 숙여 자료를 뒤적였다. 그러자 백 의원이 다시 물었다.
▶백 의원=“김원봉이 범죄의 책임이 있어요, 없어요?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까?”
정 장관은 뭔가를 발견한 듯 자료에 시선을 고정했다.
▶정 장관=“하여튼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적극 동조한 것으로 그렇게.”
 
정 장관은 이날 머뭇거린 사안들은 여느 국방장관이라면 바로 대답했을 것들이었다. 정 장관은 앞서 3월엔 국회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 해전 등에 대해 “불미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정 장관이 이날 속 시원히 답변한 경우도 있었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차례에서였다.
 
▶최 의원=“군내에서 언론에 계속 정보를 건네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사례가 없었어요. 그런 일 다시 없도록 하세요.”
▶정 장관=“작전 보안이 잘 지켜지도록 강조하겠습니다.”
 
이날은 정부가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계 실패와 늑장 보고를 자인한 날이었다. 이런 날 언론 유출을 막겠다는 답변에선 신속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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