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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전기차 배터리 다시 보자”… 속도내는 전기차 재활용

중앙일보 2019.07.04 14:13
LG화학 기술연구원에 전시한 전기차 배터리. [뉴스1]

LG화학 기술연구원에 전시한 전기차 배터리. [뉴스1]

퀴즈 하나. ‘전기차는 죽어서 OOO를 남긴다’.
 
OOO에 들어갈 정답은 ‘배터리’다. 내연기관차의 핵심 부품이 엔진이라면, 전기차는 배터리다. 배터리값이 전기찻값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그런데 수명을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고철’ 취급한다면?
 
정부가 해법을 찾아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환경부ㆍ제주도ㆍ경상북도ㆍ현대차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체계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제주도에 연 1500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남명우 산업부 전자전기과장은 “그동안 ‘보급’에만 치중한 전기차를 관리ㆍ재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로 유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 차로 주목받는 전기차와 달리 배터리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닛산 ‘리프’가 2010년 출시한 뒤 아직 본격적인 폐차 주기가 도래하지 않아서다. 대기환경법에 따르면 전기차를 폐차할 경우 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하게 돼 있다. 올해 5월 말 기준 전국에 보급한 전기차는 6만9000대다. 그런데 각 지자체로 반납한 전기차 배터리는 112대(0.16%)에 불과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앞으로는 다르다. 평균 자동차 교체 주기(5~10년)를 고려하면 올해부터 배터리 ‘퍼펙트 스톰’이 불 수 있다. 정부는 2022년 전기차 보급대수가 43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전기차협회장)는 “전기차는 3년 전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며 “조만간 폐배터리 처리ㆍ재활용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시동을 건 이유다.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금속이다. 분해한 다음 순수 자원(리튬ㆍ니켈ㆍ코발트ㆍ망간 등)으로 다시 쓰는 ‘원초적’ 재활용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한발 나아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하면 ‘황금알’이 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최민지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7~15년 운행한 전기차 배터리는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에서 폐차할 경우 ESS로 10년 이상 재활용해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재생 배터리 판매 가격이 새 제품 대비 30~7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내비건트 리서치는 중고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15년 1500만 달러(약 175억원)에서 2035년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닛산이 만든 전기차 리프. [한국 닛산]

닛산이 만든 전기차 리프. [한국 닛산]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는 이미 전기차 판매뿐 아니라 배터리 재활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닛산은 2014년부터 구형 전기차 배터리를 반납해야 신형으로 교체해 준다. 이미 회수한 배터리로 가정용ㆍ상업용 ESS를 만들어 팔고 있다. 지난해엔 후쿠시마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도 준공했다. 폴크스바겐은 내년에 폐배터리를 활용한 이동형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테슬라ㆍ도요타ㆍBMWㆍ다임러도 재활용 배터리 ESS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아직 초기인 만큼 정부ㆍ자동차 업계가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낼 경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김필수 교수는 “배터리 재활용이 활발해지면 산업 효과는 물론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전기차 보급에 들이는 노력의 일부라도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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