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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도시락 들고 달려온 학부모'…급식중단 현장 가보니

중앙일보 2019.07.04 14:10
4일 오전 11시 30분 충북 청주시 한 초등학교 앞. 학부모 김모(35)씨는 도시락 3개를 들고 교실로 달렸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 줄 점심으로 김밥, 치킨과 물을 챙겼다. 전날 급식 대신 먹은 빵과 음료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전국 1만454개 학교 중 24.7%(2581개)급식중단
광주·전남 등 대부분 지역 약간 줄어, 부산은 2개교 증가
학부모들 "빵과 음료수 맘에 안들어" 도시락 들고 학교로 달려

4일 대전지역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이 학교는 교육공무직 파업으로 이틀째 급식이 중단됐다.

4일 대전지역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이 학교는 교육공무직 파업으로 이틀째 급식이 중단됐다.

김씨는 “이웃 맞벌이 부부가 자녀 2명에게 줄 도시락을 함께 챙겨달라고 부탁해서 도시락을 더 싸서 왔다”라며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들이 방과 후 태권도 도장을 다녀와서 배가 고프단 얘기를 듣고 음식을 넉넉히 쌌다”고 말했다.

 
이날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 이틀째를 맞아 충북은 유치원, 초ㆍ중ㆍ고ㆍ특수학교 496곳 가운데 18.3%인 91곳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전날보다 22곳이 줄었다.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66곳이 빵ㆍ음료수 등을 제공하고 나머지 학교는 단축 수업을 하거나 식단을 변경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1만454개 학교 중 24.7%인 2581개교가 급식을 중단했다. 다만 파업참가자 수가 줄어들면서 전날보다 급식을 정상화한 학교가 늘었다. 대구 47개교에서 34개교, 경북 171개교에서 133개교, 제주 73개교에서 40개교, 강원 299개교에서 292개교 등 대부분 지역에서 급식 중단 학교는 준 것으로 각 교육청은 파악했다. 
 
4일 대구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디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백경서 기자

4일 대구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디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백경서 기자

광주에서는 253개 공립학교 가운데 35곳, 전남에서는 766개 공립학교 가운데 156곳에서 급식실을 운영하지 않았다. 광주·전남 급식 중단 학교는 전날 325곳에서 191곳으로 줄었다. 대전에서는 전날 109개 학교보다 14개 학교가, 충남에서는 전체 학교 742개 학교 가운데 213개 학교에서 급식을 못 했다. 이는 전날보다 57개 학교가 감소한 것이다.
 
다만 부산에서는 72개교에서 74개교로 늘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늘 부산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여하는 종사자들이 늘어나 급식 중단학교가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가정에서 도시락을 싸 오게 하거나 대체 급식을 나눠줬다.
 
이날 대구 달성군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급당 2~3명의 학생이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해 학교에서 제공하는 빵과 음료로 식사를 대신했다. 일부는 친구들과 싸 온 도시락을 나눠 먹기도 했다. 이 학교는 급식이 제공되지 못하는 파업 기간 3일 동안을 '색다른 급식 날'로 정했다. 친구들과 밥을 나눠 먹고 도시락을 싸주신 부모님께 감사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한 학생은 "도시락을 싸 오지 못했는데 그래도 친구들과 나눠 먹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4일 오전 대전시 서구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교육공무직 직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4일 오전 대전시 서구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교육공무직 직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도시락 공수에 나선 학부모들은 불만을 털어놨다. 청주지역 한 공립유치원에서 만난 학부모 노모(36)씨는 “맞벌이 부부나 자영업을 하는 부모들은 급식종사자들이 파업할 때마다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한창 먹고 자라야 할 아이들을 볼모로 권리를 챙기려는 모습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헬스장을 운영하는 그는 “오전 6시 30분에 헬스클럽 문을 열었다가 아이 도시락을 전해주기 위해 11시쯤 가게 문을 닫고 유치원을 들렀다”며 “매년 이런 식의 파업이 반복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대전지역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피해를 줘서야 되겠냐”며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교 비정규직연대회의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80% 수준으로 임금인상, 기본급 6.25% 인상, 각종 수당에서 정규직과 차별 해소, 초·중등교육법에 '교육공무직' 명시 등을 주장하며 3일부터 사흘간 총파업에 들어갔다.  
 
대전·청주·대구·광주·전주=김방현·최종권·백경서·최경호·김준희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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