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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배경에서 힙한 상권으로… 뜨는 골목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중앙일보 2019.07.04 05:00

"어떤 골목이 뜨려면 맛집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음악 하는 친구도 있어야 하고 그림 하는 친구도 있어야 하고 패션, 액세서리, 구두 만드는 친구, 머리를 잘 자르는 친구도 있어야 하고, 또 할머니가 튀기는 꽈배기도 있어야 하는 거예요."

_홍석천 사업가 및 방송인, 폴인 스토리북 <도시살롱:도시가 라이프스타일을 바꾼다> 중에서
 
[폴인을 읽다] 골목길, 삶의 배경에서 기획의 대상으로
길은 하나의 고유명사로서 본인만의 특색과 상징을 뿜어냅니다. 그리고 그 매력에 매혹된 수많은 사람이 길거리를 채웁니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 뮤지컬 산업의 메카와도 같은 ‘브로드웨이’ 가 그렇죠. 다른 예를 들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레드 라이트 스트리트’, 즉 홍등가도 있습니다.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이곳만의 특색을 느끼기 위해 찾아옵니다. 이곳은 단순히 합법적인 성매매 지역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이를 넘어 다른 문화와 시스템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거립니다.

골목길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면 각자의 콘텐츠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네덜란드의 사례는 극단적이죠. 그럼에도, 사람들을 매혹하는 생동감 있는 골목이 되기 위해서는 키치한 문화든, 먹자골목처럼 특화된 식문화든, 그만의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거리명은 단순히 위치를 지칭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진 픽사베이]

거리명은 단순히 위치를 지칭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진 픽사베이]

그러다 보니 오늘날 골목은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상권을 만들어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골목의 이미지는 집집이 들어선 마을 어느 한 귀퉁이에 놓인 아이들의 놀이터 혹은 삶을 이어주는 통로에 더 가까웠습니다. 달리 말해 삶의 한 공간으로써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생활의 어느 배경에 더 가까운 것이었죠. 
 
하지만 오늘날 골목은 분명한 의도와 시선을 가지고 새롭게 꾸미는 기획 대상에 더 가깝습니다. 마치 ‘골목식당’에 나오는 가게들처럼 말이죠. 물론 시간과 삶의 배경이 켜켜이 쌓이며 고유의 분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시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 같이 언급되는 골목은 마치 시장에 새롭게 선보일 제품을 준비하는 것처럼 다양한 요소를 세련되게 갖추어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젊은 예술가들과 깔끔한 카페와 식당, 그 안에서 변주를 내는 오래된 가게 등이 그런 것이죠. 왜냐하면 알아서 골목 고유의 특색이 만들어지기까지 기다리기에는 지난한 시간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동네가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장소가 될 수는 없습니다.

 
폴인 스토리북 <도시살롱: 도시가 라이프스타일을 바꾼다>에선 공간과 도시기획 전문가로 꼽히는 도시 플레이어 7인이 도시와 골목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꼽은 요소가 담겨 있습니다. 이중에서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골목이 골목다워야 한다”며 “지금은 골목이 특색을 유지하고 각 골목 상권 고유의 개성을 개발해서 정체성 강화에 투자할 시기”라고 강조합니다.
 
‘실 가는데 바늘이 간다’는 말처럼 오늘날 골목을 이야기하는데 빠지지 않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입니다. 실제로 새로 주목받은 공간은 뒤를 이어 항상 이 문제가 대두했습니다. 갑자기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월세가 급격히 올랐다거나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우후죽순 입점하면서 원주민들이 밀려난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우리에겐 이미 너무도 익숙합니다. 생각해보면 어떤 면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불가피한 문제기도 합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수익을 내기 위해 월세나 권리금을 당연히 올리고 싶어 할 것입니다. 자본력을 갖춘 기업 역시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을 가만 둘리가 없지요. 그렇다면 이 문제를 대하는 데 있어 건물주의 인자함에 기대야 할까요.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을 막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다른 핫 플레이스를 찾아 떠나면 될까요.

 
폴인(fol:in)의 스토리북 <도시살롱: 도시가 라이프스타일을 바꾼다>의 표지. [사진 폴인]

폴인(fol:in)의 스토리북 <도시살롱: 도시가 라이프스타일을 바꾼다>의 표지. [사진 폴인]

이제 골목이 그저 생활의 배경이 아닌 가치를 창출해내는 상품이 된 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달라져야 합니다. 과거 예술가 한두 명이 자연스럽게 모여들면서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은 새로운 예술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이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물건을 만들면 바로 소비되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우리가 늘 발을 딛는 골목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간이 있다고 해서 항상 사람들의 활기로 채워지지는 않습니다. 골목 역시 ‘브랜딩’이 필요한 시기에 다다른 것입니다.

 
이두형 객원에디터 folin@foli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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