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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선] 윤석열 ‘왼쪽 적폐’도 쳐야 검찰총장 자격 있다

중앙일보 2019.07.04 00:14 종합 28면 지면보기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주 간사! 검찰이 뒤집어졌네. 검찰총장 청문회에 어떻게 경찰을 2명이나 증인으로 부르냐고 난리다. 1명이라도 빼달라. 부탁한다!”
 

검찰, 여권 의혹 70건 중 4건 처리
야당 사건은 탈탈 털어 편파 논란
‘권력 편’도 단죄해야만 신뢰 회복

지난 2일. 국회 법사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유한국당 간사인 주광덕 의원을 붙들고 이렇게 호소했다. 8일 열릴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윤석열의 아킬레스건인 ‘용산세무서장’ 의혹 관련자 4명이 증인으로 채택되자 한 명이라도 줄여보려고 읍소작전에 나선 것이다.
 
용산세무서장 의혹은 윤석열의 절친한 후배인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 윤 모 전 용산세무서장이 2013년 육류 수입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윤석열이 대검 중수부 출신 이모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이다. 당시 경찰은 윤석열과 윤 전 세무서장이 향응성 골프를 친 정황도 포착하고 해당 골프장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6차례나 반려하고, 윤 전 서장 구속영장도 기각되자 “검찰 실세가 배후에 있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2015년 검찰이 윤 전 서장에 대해 “금품수수는 인정되나 대가성은 없다”며 무혐의 처리해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그런데 한국당이 윤석열 청문회에 윤 전 서장·이모 변호사와 함께 당시 수사에 참여한 현직 총경 2명을 증인으로 부르는 데 성공함으로써 논란이 재점화할 여지가 생겼다. 민주당은 당초 경찰 증인 채택에 반대했다. 하지만 주광덕 의원이 “그러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압박하자 일단 동의해줬다가 검찰의 반발이 거세자 증인 축소에 나선 것이다. 주 의원은 “대꾸할 가치도 없는 요구라 일축하긴 했지만, 윤석열 힘이 대단하긴 하더라. 집권당이 ‘검찰에서 난리 났다’며 말을 바꾸는 건 유례가 없다. 윤석열 의혹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대통령 취재하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고 했다.
 
윤석열이 ‘세무서장’ 지뢰를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더 큰 지뢰는 따로 있다. ‘권력엔 솜방망이, 야당엔 도끼’식 편파수사로 땅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를 되살려야 할 책무가 그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2년여 동안 여권발 의혹 70여건을 고소·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손혜원 땅 투기 의혹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4건뿐이다. 나머지는 수사를 명확한 이유 없이 미루거나, 무혐의 처리로 털어버렸다. 한국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에 대해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 5가지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민간인 사찰만 ‘무혐의’로 처리했을 뿐 나머지 4개건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위장 전입 의혹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전임 정부 기밀문서 1660건 공개 사건도 각각 고발인 진술을 1번씩 받은 게 2년간 수사의 전부다. 친노 기업인 박연차로부터 64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고발된 권양숙 여사 등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도 백년하청이다. 고발인 대표인 주광덕 의원을 한차례 조사한 게 전부다. 주 의원의 탄식이다. “윤석열은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동갑이라 친구다. 그가 내게 ‘수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말뿐이다. 대검 캐비넷에 보존된 수사기록만 꺼내면 증거가 다 나오는데, 안 한다.”
 
반면 검찰은 야당 연루 사건은 신속하고, 집요하게 파헤친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린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2016~17년 두 차례나 무혐의 처리를 받았다. 그런데도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에서 ‘철저 수사’를 지시하자 검찰은 즉각 특별수사단을 꾸려 세 번째 수사에 나섰다. 강원랜드 전 사장 최흥집을 44차례나 소환해 취조했다. 그중 35차례는 조서도 안 쓰고 “불어”라고 추궁만 했다. “안 했다”는 진술만 이어지니까 막가파식 수사를 한 것이다. ‘수사 부실’을 이유로 1심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단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검찰은 또 원내대표 시절 ‘드루킹 특검’을 관철해 여권의 미움을 산 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퇴임 직후 ‘딸 특혜채용’ 의혹으로 시민단체에 고발당하자 딱 1주일 만에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7개월째 수사가 이어지면서 관련 뉴스가 3228건이나 보도됐다. 검찰이 수사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드러난다.
 
윤석열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의 오른팔인 안희정과 후원자인 고(故) 강금원 회장을 구속한 바 있다. 만일 검찰총장이 된다면 그때의 결기를 되살려 여야·피아의 구별 없이 죄 있는 자에게 공정과 정의의 칼날을 내리치기 바란다. 특히 이 정부 들어 불법행위를 일삼으며 정부 밖 권력이 된 민노총 같은 ‘왼쪽 적폐’를 가차 없이 단죄하라. 그래야 ‘적폐 수사’가 살고, 검찰이 살고, 대한민국이 산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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