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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 라가르드, 세계 금융기구 수장 연달아 꿰찼다

중앙일보 2019.07.04 00:03 경제 2면 지면보기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지난 6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현안을 설명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지난 6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현안을 설명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금융계의 수퍼우먼이 또 하나의 유리 천장을 깼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 내정됐다. 10월 말 임기가 끝나는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후임이다. 유럽 통화정책의 키를 쥔 ECB 사상 첫 여성 총재다.
 

IMF 이어 ECB 첫 여성 총재 내정
통화정책 경력 없어 … 깜짝 발탁
일부선 독일·프랑스 거래설 나와
협상력 강점 … 이해충돌 조정 기대

라가르드의 발탁은 ‘깜짝 인사’로 여겨진다. 프랑스 재무장관과 IMF 총재로 일하며 풍부한 경험을 갖췄지만 통화정책 경험이 전무한 데다 하마평에도 오르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발탁 배경으로 독일과 프랑스의 ‘자리 나눠먹기’가 언급되는 이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 추천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과 라가르드 ECB 총재 카드를 놓고 두 나라가 거래를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초의 여성 IMF 총재에 이어 ECB 수장 자리까지 꿰찬 그의 관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프랑스 재무장관으로 일한 그는 주요 7개국(G7)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성추문 사건에 휘말려 낙마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총재의 후임으로 2011년 IMF 총재로 선출됐다.
 
경력도 이채롭다. 고교 때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국가대표를 했고 파리10대학 로스쿨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법무법인 베이커 앤드 매킨지에서 변호사로 일한 그는 1999년 로펌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 내정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EPA=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 내정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EPA=연합뉴스]

국제 금융가를 주름잡는 파워 우먼인 그는 패션 아이콘이기도 하다. 목에 두르거나 어깨에 늘어뜨린 스카프가 그의 시그니처 아이템이다. 포브스가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그의 우아함은 그 자체로 자산”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라가르드가 이끌 ECB의 색깔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시장은 전망한다. IMF 총재로서 ECB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한 데다 중앙은행장 경험이 부족한 만큼 기존 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란 예상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라가르드는 유로존의 성장을 지지할 수 있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라가르드가 ‘수퍼 스타’이긴 하지만 통화정책을 운용한 경험이 없다는 것은 저물가와 경기 부양 등과 맞설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ECB에는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이해 관계가 맞부딪치는 유로 통화권에서 한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도 버거운 숙제다. AP통신은 “라가르드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경기 부양에 적극적인 남유럽과 이에 부정적인 북유럽 사이의 시각차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과정에서 라가르드가 자신의 최대 장점인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IMF 회원국 지분(쿼터) 조정을 놓고 선진국과 신흥국이 첨예하게 맞설 때 유럽의 양보를 이끌어 내며 합의를 도출하는 데 기여했다. 유럽재정위기 당시에도 유럽 각국의 입장을 조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라가르드가 ECB 총재로 자리를 옮기며 공석이 된 IMF 총재 후보군 명단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와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드라기 총재의 맞트레이드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세계은행 총재와 IMF 총재 자리를 각각 맡아온 관행에 따라 IMF 총재는 이번에도 유럽 몫으로 돌아갈 것이란 예상이다. ECB 총재 인준 기간 동안 라가르드는 IMF 총재직에서 물러나고 데이비드 립턴 수석 부총재가 권한 대행을 맡는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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