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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 없었다” 정경두 셀프면죄부…여당도 “북한 목선 대응 0점”

중앙일보 2019.07.04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정경두 국방장관(왼쪽)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3일 국회 국방위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정 장관은 앞서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임현동 기자]

정경두 국방장관(왼쪽)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3일 국회 국방위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정 장관은 앞서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임현동 기자]

지난달 15일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 때 군은 경계에 실패했고, 지휘체계 보고도 지연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3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방부·통일부·해양경찰청이 실시한 합동 브리핑에서 “군이 제대로 포착해 경계하지 못했고, 국민 여러분께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또 “경계작전 실패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과오며, 관련자들을 법과 규정에 따라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고 했다. 최병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합동 브리핑에서 “경계작전의 책임이 있는 이진성 8군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통합방위태세 유지에 실수가 확인된 육군 제23사단장과 해군 제1함대사령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고 밝혔다. 또 박한기 합동참모의장과 지상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은 엄중 경고조치한다고 알렸다.
  

합조단 “경계 실패” 조사결과 발표
합참의장 경고, 8군단장 보직해임
휴가 중이던 23사단장도 징계
대책회의 했던 정경두 조사 안 해
한국당 “정 장관 스스로 책임져야”

합참, 해경 팩스 2시간 지나 보고
 
조사 결과 해당 목선은 육군의 해안 감시 레이더 2대에서 포착됐다. 하지만 책임 지역 바깥이라 중요하게 여기지 않거나 해면 반사파로 오인했다. 첨단 장비인 열상감시장비(TOD)와 지능형영상감시시스템(IVS)도 제 구실을 못했다. TOD는 야간에만 운용되고 있었다. IVS는 지난달 15일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으로 진입하는 장면을 찍었지만 운용요원은 이를 낚싯배로 판단했다.  
 
합참은 지난달 15일 오전 7시15분 해군 1함대에서 상황을 접수해 오전 7시17분 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 보고했고, 7시30분에 박 의장에게 보고했다. 해경은 오전 7시9분에 첫 상황보고를 합참지휘통제실 등에 전파했다. 결과적으로 박 의장은 21분 후에 파악한 게 됐다. 합참은 해경 상황보고서 3건을 팩스로 받았는데, 합참 팩스 수신실은 첫 번째 건은 수신 후 23분, 두 번째 건은 2시간27분, 세 번째 건은 18분이 지난 이후 지휘통제실에 전달했다. 팩스를 받고도 두 시간이나 지나 보냈다는 조사 결과다. 군은 팩스를 보조 통신수단으로 활용해 수신 확인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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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브리핑 결과엔 지난달 17일 군 브리핑 때 목선 발견 장소를 ‘삼척항 인근’으로 발표한 이유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없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유관 기관과 협의사항”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유관 기관이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유관 기관이 해경인지, 국정원인지, 청와대도 포함됐는지는 결과 발표에 없었다. 정부는 대북 군사보안을 고려해 ‘삼척항 인근’으로 밝힐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문엔 북한 소형 목선의 이동 경로를 공개했다. 삼척항 입항은 군사보안인데 목선 이동로는 왜 보안 사안이 아닌지 설명은 없었다.
 
또 해경은 북한 소형 목선의 입항 당일인 지난달 15일 오후 2시10분 발견 장소를 ‘삼척항으로 옴으로써’라고 적시했다. 그런데 군은 해경이 이같이 공지했던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지난달 17일까지 ‘삼척항 인근’이란 표현을 썼다는 게 합참의 해명이다.
  
‘삼척항 인근’ 분명한 설명 못해
 
국방부 합동조사단(합조단)은 정경두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을 조사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 장관과 박 의장은 지난달 15일부터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과 관련한 주요 회의를 열고 주관했다. 그런데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 ‘셀프 조사’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지난달 17일 브리핑 때 “경계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3일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당시 발표는 허위 브리핑이 된다. 이날 군은 해당 지역의 23사단장을 징계위에 회부했다. 그런데 그는 지난달 15일 당시 휴가 중이었다. 휴가 중에는 하급자가 지휘권을 맡는다. 지휘권이 없었던 사단장에게 책임을 묻는 건 현행 군법에서 쉽지 않다. 휴가 중인 사단장은 징계하면서 장관은 사과로 끝내고 합참의장은 경고로 끝내는 건 ‘꼬리 자르기’라는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군 지휘부를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민홍철 의원은 “군의 초기 대응을 보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떠올랐다”며 “경계작전에 실패했고 공보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같은 당 김병기 의원은 “합참이 무시에 가까운 무대응으로 의혹을 증폭시켰다”며 “왜 하필 오늘 오후 1시에 조사 결과를 발표해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빌미를 제공했나. 문제 해결 능력이 0점”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박한기 합참의장은 우리 군을 당나라 군대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정 장관에게 “스스로 책임지고 어떤 입장을 표명해야 되겠다 생각한 것은 없나”고 물었고, 정 장관은 “현재 직무를 수행하고 있고, 모든 것은 인사권자가 판단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의도는 하나도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유근 안보실 1차장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선 “국가안보실도 나름대로 컨트롤타워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에게 초기에 알리지 못하고 안이하게 판단한 것 때문에 대통령이 질책을 한 것이고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처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출입기자단은 이날 브리핑이 졸속 추진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또 사안을 취재하지 않은 총리실 기자들을 대상으로 결과를 발표하려 한 것은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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