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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 성장률 0.2%P 또 낮춰…이번에도 “대외여건 탓”

중앙일보 2019.07.04 00:02 종합 10면 지면보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2019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제19차 경제활력 대책회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2019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제19차 경제활력 대책회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 둔화에도 올해 2.6~2.7% 성장을 고집하던 정부가 결국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0.2%포인트 낮췄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0.4%)로 추락할 때만 해도 2분기에는 빠른 반등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내던 정부의 경기 판단이 급선회한 것이다. 정부는 3일 이런 경제전망 수정치와 하반기 경기부양 대책 등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2분기 반등 가능” 주장 사실상 철회
전문가 “소주성 한계 분명히 드러나”
일본 보복 반영 안 돼 전망 더 암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는 지난해 말 ‘2019년 경제정책 방향’(경방)을 내놓을 때만 해도 올해 성장률 2.6∼2.7%, 경상수지 640억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수출이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1분기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국가 가운데 꼴찌를 기록하는 등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전망치를 각각 2.4~2.5%, 605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올해 경제성장률이 2.8%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가 5개월 만에 내린 뒤, 이번에 또다시 낮춰 잡은 것이다. 민간소비·설비투자·건설투자도 전망치가 낮아졌다.
  
1분기 성장률 OECD국가 중 꼴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최근 경제가 어렵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와 이번 하반기 경방을 통해 반영할 각종 정책, 투자 프로젝트 등을 반영해 2.4~2.5%로 결정한 것”이라며 “추경이 늦어지면 마이너스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1%대 전망이 나오는 등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이 일찌감치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올해 2.5%를 넘는 성장률 달성은 물 건너갔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이번 전망은 시기상 최근 일본의 무역 보복조치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부의 목표치가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분기부터 성장률이 극적으로 반등해야 하는데, 냉정히 말해 현재 주요 지표는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달성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반기 경방에서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관련 자료집에 나온 ‘상반기 경제운용 평가’에는 “주요 과제들이 대체로 정상 추진되면서 가시적 변화가 시작됐다” “혁신 확산의 토대 마련” “일자리의 질이 지속 개선” 등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부정적인 평가는 “예상보다 크게 악화한 대외 여건”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라는 단 두 문장뿐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는 ‘화살’을 지난해와 달라진 대외 여건 탓으로 돌렸다. 이억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심하게 진행되고 있고,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으며,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자료와 발표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방향 조정 여지를 남겨뒀다는 해석도 있다.
  
“한국만 급강하, 경제 정책 바꿔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제학계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가 이번 성장률 하향 조정에서 분명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나라가 성장세를 유지하는 속에서도 한국만 유독 경기가 급강하하는 것은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정책 실패를 빼놓곤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꺼낸 핵심 카드는 6조7000억원 규모 추경 통과다. 화성 복합 테마파크, 수도권 국제회의전시시설(MICE) 건립, 양재동 연구개발(R&D) 캠퍼스 조성 등 10조원 규모 기업의 건설투자를 앞당겨 추진할 수 있는 방안도 담았다.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미니 재건축’이라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요건도 완화하고 도시 재생 뉴딜 사업도 하반기에만 148개 착공, 46개 준공을 추진한다. 2년 가까이 지지부진했던 광역급행철도(GTX)-B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도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기업이 주요 시설에 투자하는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1년이란 시한을 정해 높인다(대기업 기준 1→2%). 생산성 향상 시설이나 에너지 절약 시설을 건립할 때 자산에 대한 감가상각 비용을 앞당겨 반영해 법인세 부담을 유예해 주는 ‘가속상각제도’도 연말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설비투자 중 대기업 비중이 80%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대부분이 기존 정책의 반복에 머물고 있는 데다 최저임금 인상 대책, ‘혁신 성장’ 전략 등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말 경방 발표 때는 경제정책 과제 1장 1절에 ‘기업 투자 활성화’가 다뤄졌지만 이번에는 ‘확장적 기조 재정과 추경’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면서 “정책 궤도를 수정하는 것이 아닌 재정 확대 의지를 확실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노인·청년층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데 상당수 예산이 배정됐지만 재원 마련을 위해 민간 세금을 거둬 투자가 위축되는 ‘구축 효과’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손해용·김도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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