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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박진섭 감독은 왜 단벌신사가 됐나

중앙일보 2019.07.04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올 시즌 경기 때마다 같은 겨울 양복을 입는 박진섭 광주 감독.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경기 때마다 같은 겨울 양복을 입는 박진섭 광주 감독.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광주FC 박진섭(42) 감독은 요즘도 ‘겨울 양복’을 입는다. 아니 그것만 입는다.
 

개막전 승리 후 17경기 같은 양복
“좋은 징크스, 지면 갈아입을 생각”

박 감독은 지난달 29일 대전 시티즌과 K리그2(2부리그) 17라운드 때 두꺼운 남색 정장에, 셔츠 위에는 스웨터까지 착용했다. 박 감독은 3월 3일 서울 이랜드와 개막전 1라운드부터 17라운드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복장이다.
 
개막전 승리 후 ‘질 때까지 같은 옷을 입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광주가 17경기 무패행진(11승 6무) 중이다. 무더위에도 옷을 바꿔입지 못하는 이유다. 그래서 박 감독 별명마저 ‘그라운드의 단벌 신사’다.
 
그라운드 단벌신사라 불리는 박진섭 광주 감독. [사진 프로축구연맹]

그라운드 단벌신사라 불리는 박진섭 광주 감독. [사진 프로축구연맹]

박 감독은 2일 “개막전에서 이겨 그다음 경기 때도 (같은 옷을) 입었고,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 사실 양말과 속옷까지 맞춰 입는다”며 “선수 시절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골을 넣으면 같은 축구화를 또 신었다. 요즘은 이 옷을 입으면 또 이길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목포축구센터 앞 세탁소를 매주 찾는 박 감독은 “월요일마다 맡기고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찾기를 반복하니, (세탁소) 사장님이 이상하게 본다”며 “사실 개막전 날 추워서 패딩을 챙겨갔다. 입을까 말까 했는데 참고 입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며 웃었다.
 
박 감독 가족이나 이관우 수원FC 코치 등 지인들은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걱정한다. 하지만 광주 선수들은 “시즌 끝날 때까지 계속 (같은 옷을) 입혀 드리겠다”고 말한다.
 
박 감독은 “한겨울 정장은 아니고 봄·가을에도 입을 만한 옷이다. 난 선수 때부터 더위에 강한 편이었다. 요즘 야간경기라 참을만하다”며 “90분간 경기에 몰입하다 보면 더운 것도 잊는다. 선수들도 ‘좋은 징크스’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팀이 이길 수 있다면 버티겠다”고 말했다.
올림픽대표팀 수비수로 활약했던 박진섭. [중앙포토]

올림픽대표팀 수비수로 활약했던 박진섭. [중앙포토]

 
광주는 현재 2위 부산 아이파크에 승점 7점 앞선 선두다. K리그2 1위는 다음 시즌 K리그1(1부리그)로 승격한다. 광주는 17경기에서 단 8골만 내줬다. 경기당 0.47실점이다. 박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 수비수로 뛸 당시 ‘꾀돌이’로 불렸다. 그런 박 감독이 이끄는 광주는 ‘짠물 수비’를 자랑한다. 공격은 브라질 출신 펠리페가 앞장서는데, 시즌 14골이다. 공수가 조화를 이루면서 지난 시즌 K리그2 5위였던 광주는 완전히 달라졌다.
 
사령탑 2년 차 박진섭 감독은 “지난 시즌 선수들이 수비에 대한 책임감이 적은 편이었는데, 많이 좋아졌다”며 “무패로 우승하면 좋겠지만, 최우선 목표는 승격이다. 5패를 하든, 10패를 하든, 승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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