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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이 찍은 범행 사진···시계는 오후 8시10분 가리켰다

중앙일보 2019.07.03 18:44
고유정, 시신 유기 전 가방 촬영 
완도해양경찰이 지난달 13일 완도 앞바다에서 고유정 사건과 관련된 봉투를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뉴스1]

완도해양경찰이 지난달 13일 완도 앞바다에서 고유정 사건과 관련된 봉투를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54분 제주~완도행 여객선 안.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바닥에 여행용 가방을 놓은 뒤 사진을 찍었다. 이후 고유정은 35분간 여객선 5층 갑판을 서성이다가 가방에 있던 쓰레기봉투를 버리기 시작했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TV(CCTV)에는 오후 9시 29분부터 5분간 봉투 5개를 버리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당시 가방 안에는 자신이 살해한 전남편 강모(36)씨의 시신이 들어있던 상태다.

검찰, 고유정이 찍은 사진 3장 공개
여객선서 ‘가방 사진’ 찍고 시신 버려
펜션서도 전남편 살해 직전 사진 촬영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은닉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남긴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제주지검은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고유정이 범행 전후로 남긴 사진 3장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고유정이 5월 28일 제주에서 완도행 여객선을 탑승한 후와 범행 당일인 5월 25일 제주 펜션에서 찍은 사진이 포함돼 있었다.
 
고유정은 이날 가방 사진을 찍은 후 주위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봉투를 버렸다. 검찰은 고유정을 상대로 굳이 시신을 버리기 직전에 사진을 촬영한 이유를 캐고 있다. 아울러 압수한 여행용 가방과 범행도구 등에 대한 DNA 재감정을 의뢰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는 가방에서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 고유정은 전남편을 살해한 당일에도 사진을 남겼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5월 25일 저녁에 제주도 한 펜션에서 벽걸이 시계와 오른쪽 하단에 강씨의 신발 등을 찍었다. 촬영된 사진 속 시곗바늘은 범행시간으로 추정되는 8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당시 고유정은 촬영 소리가 나지 않는 카메라 앱을 활용해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사진들이 범죄 증거라는 점에서 기자단에 공개만 한 뒤 수거했다.
고유정의 과거와 현재 얼굴. 왼쪽 사진은 JTBC가 오는 4일 공개할 고유정의 과거사진. [JTBC 방송 캡처]

고유정의 과거와 현재 얼굴. 왼쪽 사진은 JTBC가 오는 4일 공개할 고유정의 과거사진. [JTBC 방송 캡처]

 
펜션서는 카레그릇·졸피뎀 찍어
고유정이 찍은 또 다른 사진에는 싱크대 위에 카레라이스를 다 먹고 난 뒤 펜션 내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사진 속에 저녁때 먹은 즉석밥과 카레 묻은 빈 그릇, 졸피뎀을 넣었던 분홍색 파우치 등이 놓여있던 것에 주목하고 있다. 고유정이 강씨를 살해할 당시 미리 구매한 졸피뎀을 카레와 음료수 등에 넣어 먹게 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돼서다. 키 182㎝, 몸무게 80㎏인 강씨가 키 160㎝, 몸무게 50㎏가량인 고유정에게 제압된 것도 수면효과가 강한 졸피뎀 성분 때문으로 추정된다. 
 
조사 결과 고유정은 제주에 오기 전날인 5월 17일 충북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를 처방받아 해당 병원 인근 약국에서 구매했다. 졸피뎀은 술과 함께 먹거나 과다 복용할 경우 기억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수면유도 효과가 뛰어나 종종 범죄에 악용돼왔다.

 
검찰은 고유정을 상대로 범행 장소를 촬영한 이유를 캐고 있으나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다만 “고유정이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는 습성이 있다”는 현남편 A씨(37)의 진술을 토대로 사진을 증거로 특정했다. 앞서 A씨는 “지난 3월 1일 아들이 사망하기 전날 저녁에도 고유정이 카레를 준비해 먹었다”는 진술을 한 바 있다. A씨는 “고유정이 카레에 약을 섞어 전 남편에게 먹였다는 검찰 발표가 나온 뒤 소름이 끼쳤다”며 “카레 안에 약물을 섞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 이상하다. 수법이 똑같지 않나”라고 했다.
 
고유정(36)이 지난 5월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 [뉴스1]

고유정(36)이 지난 5월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 [뉴스1]

현남편, “자신의 행동, 기록 습성”
아울러 A씨는 고유정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졸피뎀 처방전의 약품 라벨을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고유정이 처방받은 졸피뎀은 알약 형태로 된 10㎎짜리 7알이다. A씨는 고유정이 구속된 직후에는 집에 있던 파우치 안에서 졸피뎀 약봉지를 찾아내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앞서 A씨는 “고유정이 아들을 죽였다”며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고유정은 5월 25일 제주도 한 펜션에서 2년 만에 아들(5)을 만나러 온 전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지난 1일 구속기소됐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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