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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北WMD 완전동결 원해…제재해제 대신 인도지원 ·관계개선"

중앙일보 2019.07.03 17:01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뉴스1]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뉴스1]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는 동안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동결(complete freeze)을 원한다”고 밝혔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미 전문가 "목표 수정 아닌 비핵화 첫 단계 언급"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 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비건 대표가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 행정부는 (WMD) 동결과 비핵화 최종상태(end state)에 대한 개념을 원한다”며 “이 과정 속에서 북한과 핵무기 포기를 향한 로드맵을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는 “이런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 북한과 일부 타협(give and take)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조치에 응할 경우 상응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부터),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부터),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 비건 대표는 북한이 WMD 프로그램을 동결해도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해제할 준비는 돼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전에는 제재 완화에 관심이 없다”면서다. 대신 인도주의 지원과 외교관계 개선 같은 다른 양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북한이 우리에게 핵무기 20개를 준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국무)장관과 대통령에게 가서 보고할거고, 대통령은 그것(상응조치)을 고려할 것”이라며 “인도주의 지원, 인적 교류 확대, 상대 수도 주재하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 수도 주재는 연락사무소 개설을 뜻한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서울대 교수는 “비건 대표의 발언은 하노이회담(2차 북·미 정상회담) 때보다 미국의 입장이 다소 유연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미 행정부의 비핵화 정책이 핵 동결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해석하는 건 맞지 않다”고 봤다. 위 교수는 “비건 대표가 첫 입구로 WMD 동결을 언급하면서 상응조치와 맞물려 단계적으로 풀 수 있음을 시사했을 순 있다”며 “그러나 미 행정부의 완전한 비핵화 정책 수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도 “미 행정부의 완전한 비핵화 구상엔 WMD 동결이 줄곧 들어있었다”며 “현재 북한의 핵실험, 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수준에서 북한을 묶어두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은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는만큼 이를 서둘러 동결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조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이 비핵화 정의와 로드맵에 워낙 완강하다보니 1단계 조치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생산 동결을 언급한 것 아니겠냐”고 진단했다. 
 
미 국무부는 2일 대변인 명의의 방한 결산 자료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최종적,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의 완전한 이행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 목표와 유엔 제재 유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도 이날 본지에 “한미 정부 관리 누구도 핵동결(Freeze)를 최종 목표나 단계로 언급한 적 없다”며 “신고→검증→폐기라는 접근에 대해 북측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영변이나 대량살상무기 등 주요 핵시설마다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RFA가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회담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RFA가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회담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한편 북·미가 2~3주 이내 실무협상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는 8월 초엔 양국 간 고위급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일 외교가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8월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동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ARF 외교장관회의는 북한과 미국이 함께 가입해있는 유일한 장관급 회의체로, 미국은 물론 북한도 매년 참석해왔다. 비건 대표와 북측 대표가 이달 중 실무협상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폼페이오-이용호 고위급회담이 열린다면 비핵화 협상이 탄력을 받으며 차기 북·미 정상회담도 가을께 열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 [AP=연합뉴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 [AP=연합뉴스]

 
 
워싱턴=정효식 기자,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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