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日 보복조치, WTO 제소” 큰 소리 쳤지만 허찔린 정부

중앙일보 2019.07.03 16:21
강경화 외교부 장관.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뉴시스]

 강제징용 갈등문제의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외양은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내부적으론 당혹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근 일주일 간격으로 장ㆍ차관이 일본을 방문해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한·일 갈등을 풀어 보려 했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의 1일 보복조치 발표에 대한 낌새조차 전달받지 못했다고 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 발표가 있기 사흘 전인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과 회동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외교장관 만찬을 계기로 20분간 짧은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도 일본의 보복 조치와 관련한 기류는 감지되지 못했다. 강 장관은 대신 지난달 19일 발표했던 한국 정부의 '한일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기금안'만 재차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기금안 방식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이미 낸 상태였다.  
 
 강 장관에 앞서 17일에는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이 도쿄로 급파돼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면담했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듣고 돌아왔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 [연합뉴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 [연합뉴스]

 
한국 정부 내에선 일본이 '수출 제한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낸 데 대해 예상 이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당국자는 “산자부, 농수산부 등 정부는 각 부처별로 일본의 가능한 보복조치에 대해 검토를 해왔다”면서도 “우리 기업에 대한 수출 제한은 정부 검토안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위의 ‘센’ 조치였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한국 기업의 수출 주력상품을 직접 때리는 방안은 정부로서도 최고 수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결국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는가”라는 안이한 정부 내 인식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강제징용 문제는 이미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온 순간부터 외교부가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 문제였다”며 “총리실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긴 했지만, 그간 대응책을 외교부에만 미뤄왔던 것이 사태를 키운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