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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4곳중 1곳 급식파업···밥 대신 빵으로 때우는 아이들

중앙일보 2019.07.03 13:13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서울시 중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 대체 급식으로 준비된 빵과 음료가 놓여져 있다. 이병준 기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서울시 중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 대체 급식으로 준비된 빵과 음료가 놓여져 있다. 이병준 기자

3일 오전 9시 서울 중구의 A초등학교 급식 조리실. 보통 때 같으면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먹을 밥과 반찬을 준비하느라 조리종사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날은 이곳에서 사람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이 학교 조리종사원 4명 모두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의 총파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텅 빈 급식 조리실에는 급식판과 배식대 등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학교 측은 급식중단에 대비해 이날 대체급식을 준비했다. 학생들은 이날 점심시간에 밥과 반찬 대신에 소보로빵과 브라우니·젤리·포도주스 등을 먹었다. 일부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 와 먹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조리원이 파업에 참여하는 건 오늘뿐이고, 내일부터는 업무에 복귀해 정상적으로 급식을 운영한다”며 “학부모들에게도 사전에 가정통신문으로 공지했기 때문에 항의나 불만은 없었다”고 전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대체 급식으로 준비된 빵과 음료를 가져가고 있다. 학교급식 조리종사원과 돌봄전담사 등이 소속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날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했다. [뉴스1]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대체 급식으로 준비된 빵과 음료를 가져가고 있다. 학교급식 조리종사원과 돌봄전담사 등이 소속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날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했다. [뉴스1]

급식중단으로 빵과 우유 같은 대체식을 제공하는 학교는 A초등학교 뿐 아니다. 조리종사원·돌봄전담사 등이 소속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가 3일부터 사흘간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이날 전국 공립 초·중·고의 27%에 해당하는 2802곳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1757곳은 빵이나 우유 등 대체식을 제공하고, 589곳은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지참하게 안내했다. 230곳은 단축수업을 진행하고, 226곳은 외식 등의 방법을 마련했다. 기말고사 실시로 파업과 관계없이 급식 실시하지 않는 학교는 745곳이다. 시도별로는 세종시가 57.4%(129곳 중 74곳)으로 급식중단 학교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광주(48.6%)·제주(41.9%)·강원(38.5%)·경기(37.3%) 순이었다.
급식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는 6891곳으로 교육부가 전날 오후 10시에 집계한 것보다 1000곳 정도 증가했다. 김동안 교육부 교육공무근로지원팀장은 “학부모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많은 학교가 정상적인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며 “파업 참여 조리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활용해 반찬 가지 수를 줄이는 식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시작된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위례별초등학교 학생들이 도시락을 손에 들고서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시작된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위례별초등학교 학생들이 도시락을 손에 들고서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봄전담사 등도 파업에 참여하지만 이로 인한 돌봄공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파업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하지 않는 학교는 전체(5921곳)의 2.3%에 해당하는 139곳이다. 지역별 돌봄교실 중단 비율은 강원이 12.5%(311곳 중 39곳)으로 가장 많고, 전북이 9.8%(418곳 중 41곳), 전남이 7%(425곳 중 30곳) 등이다. 서울·부산·대구·대전 등 8개 지역에서는 돌봄교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
 
급식과 돌봄에서 차질이 빚어지면서 학부모들의 불만도 큰 상황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6살 딸을 둔 직장인 김모(40·서울 송파구)씨는 “다행히 급식이나 돌봄 등의 문제가 없었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며 “아이 키우는 게 왜 이렇게 마음 졸이는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초1, 6살 자녀를 둔 이모(36·서울 은평구)씨는 “빵과 우유는 간식이지 식사 대용은 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파업하는 분들이나 학교의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왜 애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털어놨다.
3일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으로 학교 급식에 차질이 빚어진 청주의 한 초등학교 식당 배식대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3일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으로 학교 급식에 차질이 빚어진 청주의 한 초등학교 식당 배식대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전날까지 연대회의와 협상을 시도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파업은 현실화됐다. 연대회의 측은 기본급 6.24% 인상과 근속수당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할 때 정규직과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학교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80%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1시 광화문 광장 등에서 총파업대회를 개최한다. 연대회의 총파업은 예전보다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연대회의 조합원은 전체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15만2181여 명)의 62%인 9만5000여 명이다. 2년 전보다 2만여명 늘어났다. 이번 파업에는 5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참여 인원은 2만2004명으로 집계됐다.
 
전민희·이병준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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