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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채 뜯고, 뺨 때리고 '세젤예' 어쩌다 막장드라마 돼버렸나

중앙일보 2019.07.03 11:00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한 장면. 강미리(김소연)를 친딸처럼 키워준 큰엄마 박선자(김해숙)가 강미리의 친모 전인숙(최명길)의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싸우고 있다. [화면 캡처]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한 장면. 강미리(김소연)를 친딸처럼 키워준 큰엄마 박선자(김해숙)가 강미리의 친모 전인숙(최명길)의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싸우고 있다. [화면 캡처]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한 장면. 강미리(김소연)를 친딸처럼 키워준 큰엄마 박선자(김해숙)이 강미리의 친모 전인숙(최명길)의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싸우고 있다. [화면 캡처]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한 장면. 강미리(김소연)를 친딸처럼 키워준 큰엄마 박선자(김해숙)이 강미리의 친모 전인숙(최명길)의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싸우고 있다. [화면 캡처]

 
기대 컸던 '세젤예', 출생 비밀 재벌후계 싸움 내세우며 막장극 변질 
 
재가(再嫁) 전 자신이 버린 딸 강미리(김소연)를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키운 조카이자 재벌2세인 한태주(홍종현)와 결혼시키는 패션업체 사장 전인숙(최명길). 안하무인 성격의 재벌 회장이자 태주의 아버지 한종수(동방우)는 며느리가 자신의 제수 전인숙의 친딸이란 사실을 모른 채 아들의 결혼을 흡족해한다.  
 
전인숙과 강미리가 모녀 사이라는 충격적 사실이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운데, 한종수 회장의 젊은 아내 나혜미(강성연)는 둘의 수상한 관계를 눈치채고 전인숙을 강하게 몰아붙인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손아래 동서 전인숙에게 반말은 기본이고 뺨까지 때리는 나혜미의 목표는 오직 하나. 재벌 후계구도 싸움에서 자신의 어린 아들이 의붓아들 한태주에 밀리지 않고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하는 것이다.  
 
KBS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한 장면. 재벌회장의 젊은 부인 나혜미(강성연)이 자신보다 나이많은 손아래 동서 전인숙(최명길)의 따귀를 때린 뒤, 비난을 퍼붓고 있다. [화면 캡처]

KBS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한 장면. 재벌회장의 젊은 부인 나혜미(강성연)이 자신보다 나이많은 손아래 동서 전인숙(최명길)의 따귀를 때린 뒤, 비난을 퍼붓고 있다. [화면 캡처]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한 장면. 재벌회장의 젊은 부인 나혜미(강성연, 오른쪽)는 나이 많은 손아래 동서 전인숙(최명길)에게 반말은 물론, 뺨까지 때리며 하녀 대하듯 한다. [화면 캡처]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한 장면. 재벌회장의 젊은 부인 나혜미(강성연, 오른쪽)는 나이 많은 손아래 동서 전인숙(최명길)에게 반말은 물론, 뺨까지 때리며 하녀 대하듯 한다. [화면 캡처]

 
반환점을 돌며 30%대 초반의 시청률(닐슨코리아)을 유지하고 있는 KBS2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하 세젤예)에서 최근 펼쳐지고 있는 스토리다.  
 
평범한 여자와 재벌2세의 극적인 결혼, 여주인공의 출생의 비밀, 재벌가 후계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 등 막장이라 불릴만한 요소가 포진해 있다. 어린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온갖 계략을 짜내는 나혜미의 표독한 모습은 궁중 암투극을 보는 듯 하다. '이러고도 네가 인간이냐'는 악다구니와 머리끄덩이를 쥐어뜯으며 싸우는 일은 다반사가 됐다.  
 
KBS2 주말드라마가 막장극으로 치닫는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세젤예'만은 다를 줄 알았다.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한 장면.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한 재벌2세 한태수(홍종현, 오른쪽)와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설렁탕집 둘째 딸 강미리(김소연). [화면 캡처]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한 장면.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한 재벌2세 한태수(홍종현, 오른쪽)와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설렁탕집 둘째 딸 강미리(김소연). [화면 캡처]

 
육아 노년문제 다룬다던 애초 기획의도, 막장 코드에 가려지며 흐지부지  
 

시대착오적 드라마라는 비난을 받았던 전작 '하나뿐인 내편'에 대한 실망이 컸던 탓에, 설렁탕집 사장 박선자(김해숙)과 세 딸이 펼쳐낼 현실적인 이야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컸다.  
 
시작 또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힘든 삶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네 모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회사일과 육아에 허리가 휘는 워킹맘의 전쟁같은 일상, 육아를 둘러싼 양쪽 집안의 갈등, 노년의 삶을 즐길 겨를도 없이 손주 육아까지 떠맡아야 하는 시니어 세대의 고충 등 공감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들을 현실적으로 펼쳐냈다.   
 
'빽' 없이 실력 만으로 커리어를 쌓아가며 최연소 간부가 된 강미리의 성장담 역시 '유리천장'이 좀처럼 깨지지 않는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하지만 기대는 중반으로 접어들며, 실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눈엣가시 같은 부하 강미리가 친딸이라는 사실을 전인숙이 알게 되면서 둘 간의 갈등이 더욱 커지고, 강미리를 친딸처럼 키워준 큰엄마 박선자까지 전인숙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드라마는 뻔하디 뻔한 드라마로 변질돼 버렸다.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한종수 회장(동방우)은 안하무인의 성격에 제왕처럼 군림하며, 여성비하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화면 캡처]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한종수 회장(동방우)은 안하무인의 성격에 제왕처럼 군림하며, 여성비하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화면 캡처]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한 장면. 재벌2세 한태주(홍종현, 가운데)는 계모 나혜미(강성연, 왼쪽)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자신을 키워준 작은 엄마 전인숙(최명길)을 친모처럼 믿고 따른다. [화면 캡처]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한 장면. 재벌2세 한태주(홍종현, 가운데)는 계모 나혜미(강성연, 왼쪽)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자신을 키워준 작은 엄마 전인숙(최명길)을 친모처럼 믿고 따른다. [화면 캡처]

 
막장드라마의 단골코드인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갈등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육아 부담과 노인 문제 등 애초 기획 의도에 있던 사회적 담론들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중반 이후 출생의 비밀이 핵심 코드로 부각되면서, 둘간의 관계가 언제 밝혀지는지에 대한 긴장감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며 "육아 문제 등 초반의 공감가는 설정들은 막장 내용물을 감추기 위한 포장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새로운 여성 연대기를 그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중 여성들은 가부장적 남성들에 의해 휘둘리고 서로 갈등을 빚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며 "여자들에게 모든 문제가 있는 것처럼 그려지는 건 퇴행적이란 비난을 받을 만 하다"고 덧붙였다.    
  
우스꽝스런 캐릭터와 과장된 설정 남발하며 억지웃음 유발  
 
육아 부담 등 현실적 이슈를 담아낸다는 의도 또한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와 과장된 상황 설정 등으로 인해 퇴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첫째 딸 강미선(유선)의 남편 정진수(이원재)다. 육아를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모텔방을 빌려 자신만의 비밀스런 놀이공간으로 만드는 그의 모습은 철딱서니 없는 걸 넘어서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자신의 제수이자 부하직원인 전인숙을 기어이 무릎 꿇려야 성이 풀리는 한종수 회장의 속내 또한 이해하기 쉽지 않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며느리 전성시대' '솔약국집 아들들'의 드라마를 썼던 조정선 작가의 장기인 풍자적 코믹함이 도를 지나쳐 비정상적 캐릭터들이 넘쳐나고 억지웃음만 유발하고 있다"며 "새로운 여성서사 드라마를 기대했는데, 문제의식이 결여된 전통적 가부장제 담론으로 회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동시간대 경쟁작도 없을 뿐더러, 고정 시청층 덕분에 25%의 시청률을 업고 시작한다는 KBS2 주말극이 왜 계속 무리수를 둬가며 막장물로 변질돼 가는 것일까. '가족끼리 왜 이래' '내딸 서영이' 등 호평받은 작품도 있지만, '같이 살래요'부터 '세젤예'까지 최근 세 작품이 모두 막장 논란에 휩싸였다.  
  
"변화된 시대상과 고민 외면한 채 시청률만 집착하는 KBS 반성해야"   
 
지상파의 한 관계자는 "전작 '하나뿐인 내편'이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란 오명에도 불구하고 50% 가까운 시청률을 냈다는 게 KBS 내부에 학습효과로 굳어지며, 마약 같은 막장코드의 유혹에 제작진이 쉽게 빠져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사 내부에서 시청률 지상주의가 더욱 더 팽배해지며, 제작진이 주저없이 막장코드를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진 평론가는 "막장 전개라는 지적에도 시청률이 고공행진 하는 건 관습적인 시청 탓이 크다"며 "그런 안일한 제작방식이 언젠가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KBS2 주말극은 해체돼가는 가족의 가치를 담아내는 최후의 보루"라며 "새로운 가족의 형태 등 변화된 시대상과 고민을 외면한 채 막장 코드로 시청률만 높이려 하는 건, 공영방송의 책무를 포기한 처사"라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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