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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만으론 노인 93% 최저생계비 안 돼 극빈층 전락

중앙일보 2019.07.03 06:23
청와대로 행진하는 노인들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 회원과 노인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의 기초연금 박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청와대까지 행진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들은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다음달 20일 생계급여에서는 같은 액수만큼 삭감당하고 있다.  2019.3.25   je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청와대로 행진하는 노인들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 회원과 노인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의 기초연금 박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청와대까지 행진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들은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다음달 20일 생계급여에서는 같은 액수만큼 삭감당하고 있다. 2019.3.25 je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만 받고 생활한다면 노인 중 7.4%만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연금에 기초연금과 기초보장제도 지원을 더 한다고 해도 16.9% 노인만이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을 유지했다.
 

기초연금 등 포함해도 17%만 최저생계비 이상
고령사회 된 선진국, GDP 6.5~7% 공적 지원
한국은 2017년 고령화 진입해도 2.8%에 그쳐
“공적 책임 확대하고 사회적 대타협해야"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보건복지 이슈 앤드 포커스’ 최신호 ‘한국의 노인 빈곤과 노후소득보장’에 따르면 한국의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정부지원 등이 포함된 공적 이전소득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201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에 대한 공적 지출 수준은 2.23%였다. 같은 해 OECD 평균인 7.7%에 크게 못 미친다.
 
주요 OECD 국가들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중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할 당시 GDP의 6.51%(1980~2013년 사이 고령사회 도달한 13개국)~7.05%(1980년 이전 도달한 7개국)를 공적이전소득으로 노인에 할당했다. 반면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당시 GDP에서 공적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불과했다.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국의 노인 단독가구와 부부가구 소득에서 연금은 각각 11.9%와 22.5%만 차지했다. 2003년 기준 공적연금 소득이 90.6%를 차지하는 네덜란드를 비롯해 프랑스(88.5%), 독일(86.7%), 스웨덴(85.9%), 이탈리아(81.1%), 영국(72.1%), 아일랜드(62.9%) 등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에 공무원·군인연금 등 직역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을 받는 노인가구는 전체의 41.3%로 절반이 되지 않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로 인해 공적연금만으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노인 비율도 매우 낮았다. 공적연금만 받는다고 가정하면 2014년 기준으로 노인 7.4%만이 최저생계비 기준 이상의 수입으로 빈곤을 벗어날 수 있었다. 92.6%는 최저생계비도 못 받아 빈곤상태에 머무른다는 얘기다. 중위소득 50% 기준으로 보면 6.4%에 불과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기초보장제도 수입까지 받는다고 해도 16.9%만이 최저생계비 기준을 넘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중위소득 50%를 기준으로 한국 노인 빈곤율은 2013년 47.2%다. 한국 다음인 호주보다도 13.5%포인트 높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최근 자료인 2018년 2분기 기준으로도 46.1%로 큰 변화가 없었다. 청·장년과 노인 간 빈곤율 격차도 매우 컸다. 한국은 2015년 기준 퇴직연령과 근로연령 빈곤율 상대배율이 5.4배였다. 노인 빈곤율이 청년ㆍ장년보다 5.4배 높다는 얘기다. 한국 다음으로 배율이 높은 스위스(3.0배), 호주(2.5배)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네덜란드(0.3배)와 스페인, 프랑스, 덴마크(이상 0.4배) 등 노인 빈곤율이 청장년보다 낮은 상당수 나라와는 차이가 더 컸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구를 진행한 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는 한국 사회에서 소득의 생애주기별로, 세대·계층 간 재분배가 잘 이뤄지지 못한다는 걸 암시한다”며 “OECD 국가는 평균적으로 생애주기별 빈곤율이 평탄화돼 있지만, 한국은 노동시장에서 나가는 51세 이후부터 빈곤율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여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의 원인으로 ▶연금이 성숙할 때까지 가족의 사적 이전소득에 의존해야 하는 적립방식의 국민연금 ▶하향식 공적연금 확대 방식 ▶노동시장 이중 구조화 및 불안정성 문제 ▶낮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공적연금과 기초연금의 낮은 급여 수준 ▶재정안정성 중심의 보수적인 노후소득보장 정책결정구조 ▶사적 부양을 대체할 공적 부양책임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재 등을 꼽았다.
 
그는 “노인 빈곤을 줄이기 위해선 연대와 보편주의에 기반을 둬 노인 빈곤을 획기적으로 줄인 네덜란드,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호주 등에 대한 사례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들 국가처럼 노인 빈곤율이 비교적 낮으면서 노인지출도 낮게 되려면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합리적 대안 마련, 이해 당사자 대표체 간의 양보와 타협뿐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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