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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강경하게 나가면···외교장관은 실리 챙겼어야"

중앙일보 2019.07.03 05:00
“한·일 갈등 일으키는 과거사는 일정기간 동결시켰다 시간이 좀 흐른 뒤에 풀어야 한다.”…외교통 의원 10인의 고언 
일본의 사실상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지일파 국회의원들은 일본의 행태를 비판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감정적 대응이 도움이 안 된다고 고언했다.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한·일 의회외교포럼 소속 의원 10명으로부터 악화한 한·일 관계의 원인과 이를 풀 수 있는 해법을 들었다. 여야 의원 각각 10여 명에게 연락했으나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에선 3명이 응답했다.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를 찾은 관람객이 전시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개 화면을 살펴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소재에 쓰이는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뉴스1]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를 찾은 관람객이 전시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개 화면을 살펴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소재에 쓰이는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뉴스1]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외통위원)

“지난 5월 한반도평화번영포럼 소속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느꼈는데, 일본 측은 참의원 선거가 있는 이달 중순까지는 긴장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한다. 이번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본인들이 주요 20개국(G20)에서도 강조했던 자유 개방 무역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 국제적으로도 많은 비판을 받을 거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해서 국제적 관행에 따라 원칙대로 대응하되 양국 간 대화의 끈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한·일 의회외교포럼 회원)
“결코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가 작지 않은데 작게 생각하는 아베의 생각이 잘못됐다. 결코 작지 않은데 작게 생각하는 게 문제다. 한국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야 내가 이야기할 수 있겠나. 다만 한국 정부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 지난해 이후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는데 별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건 잘못이다. 한국은 원칙만 이야기하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감정은 감정이고. 투트랙으로. 이제 풀어나가는 것도 서로 고민해야한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외통위원) 
“걱정이 크다. 지혜롭게 풀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일본이 외교적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적인 문제로까지 연계시키면 경제 전쟁을 촉발한다. 이런 일본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무조건 감정적으로 맞대응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은 아니다.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결방안을 잘 찾아야 한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한 1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한 1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주영 국회 부의장, 자유한국당 의원(한일의회 외교포럼 회원)

“국제외교관계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과거 문제를 다시 꺼내 흔들어대는 건 몰상식한 짓이다. 일본과의 관계도 전 정부를 승계하면서 발전적으로 나아가야지 감정적으로 ‘가만 안 있겠다’고 하는 건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하는 거다. 엄청난 실책이고 졸속외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하고도 대화하는 판에 일본 아베 총리하곤 왜 못하나. 일본에 강하게 대응하면 당장은 통쾌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 보복 등 불행해질 수 있다는 걸 문재인 정부가 명심해야 한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외통위원, 한·일 의회외교포럼 회원)
“치킨게임은 그만하고 양국 정상이 만나서 수습책을 강구해야한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 부품의 공급을 중단하면 우리가 치명상을 입는다고 내가 6개월 전부터 이야기했다. 우리 외교부가 침묵으로 일관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졌다. 개인적인 대안으로는 한·일 갈등을 일으키는 과거사 문제를 핵 동결하듯이 일정 기간 동결했으면 좋겠다. 이런 문제를 냉동실에 그냥 넣어버리고 거론하지 않는 거다. 지금은 해결책이 마련돼 있지 않으니 시간이 좀 흐른 뒤에 풀어야 한다.”
 
▶김재경 한국당 의원(외통위원)

“지난해부터 외통위에서 과거사 문제 때문에 일본의 경제 보복이 우려된다고 정부에 했다. 구체적으로 일본이 우릴 경제 보복으로 괴롭힐 수 있는 품목도 제시하며 대책을 세우라고 했는데, 정부는 반일 감정만 부각하고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냉정과 실리를 챙겨야 할 (강경화) 장관이 한 술 더 떠서 용서하지 않겠다, 가만있지 않겠다고 하니 참 죽겠다. 행정부처는 속도조절도 하고 질타 받더라도 냉정하고 현실적인 실리를 찾아야 하는데…. 외통위 전체회의에 올라온 안 중에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발의한 ‘일제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최종 승소에 따른 일본 정부 및 전범 기업 배상 이행 촉구 결의안’이 있더라. 이걸 빼자고 하면 또 한쪽에서 반발할테고, 뺴자고 하기가 갑갑하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운데)가 1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소재 등 세 가지 품목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운데)가 1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소재 등 세 가지 품목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원 한국당 의원(한·일 의회외교포럼 회원)

“한·일 관계가 악화한 것은 결국 국제 문제인 한·일 관계를 반일(反日)의 관점에서 국내 문제로 끌고 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반일 감정을 고조시키고 한국당을 친일파로 매도하기 위해서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한 것이라고 본다.”
 
원유철 한국당 의원(한·일 의회외교포럼 회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일본의 보복 조치가 있을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외교적인 수사는 강약이 있어야 한다. 외교부 장관은 국방부 장관이 아니지 않나. 국민의 자존심으로 응징하고 싶지만 말폭탄일 뿐이다. 지혜롭게 대처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한·일 관계 악화 때문에 기업과 국민이 피해를 보는데 자존심만으로 풀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무한 책임을 갖고 이런 문제에 선제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처를 해야 하는데 외교적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유기준 한국당 의원(외통위원)
“민주당 아침 회의에서 일본을 향한 비판이 나왔다. 그런 비판이 국민 정서에는 부합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일 관계가 계속 악화하는 것에 대해 정부·여당으로서 왜 책임을 안 느끼는 건지, 개선할 만한 방안은 전혀 마련 안 하고 비판만 하면 그게 정부·여당의 역할인지 묻고 싶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외통위원) 
“일본이 졸렬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일본의 대응이 예측됐는데도 외통위에서 대책을 세우라고 할 때마다 ‘사법부의 판단이기 때문에 별개의 문제’라는 식으로 접근했다. 손 놓고 있었다. 과거사 문제는 한·일 양측이 협상안을 만들어서 피해 당사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위안부 문제에서 피해 당사자는 젖혀두고 정부 간 협상만 했다가 문제가 된 것 아닌가.” 
 
윤성민·이우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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