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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뉴스]해외 입양아 '핏줄' 찾아주는 60대 여교수의 사연

중앙일보 2019.07.03 05:00
‘코리안 맘’ 계명대 박경민 교수
박경민 교수가 입양인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박경민 교수가 입양인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가족을 찾아 한국에 온 해외 입양인들에게 자신의 집을 내어주면서 숙식을 제공한다. 사비를 털어 같이 가족을 찾아다니고, 통역 가이드에 서류 번역까지 도맡는다. 이 모든 봉사를 입양 관련 단체 도움 없이 혼자 1인 3역을 한다.

입양인 가족 찾아주는 계명대 박경민 교수
남몰래 숙식까지 제공하며 봉사활동 '눈길'

 
해외 입양인들의 ‘핏줄’ 찾아주기를 18년째 남몰래 해온 60대 여교수 이야기다. 주인공은 대구 계명대 박경민(63·간호학과) 교수다. 그는 2001년 생후 10개월에 미국으로 입양된 20대 여성과 학교에서 교환학생, 교수로 만나 아버지를 찾아 준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미국·스웨덴·독일·노르웨이 등 15명의 해외 입양인 가족 찾기를 도왔다.
 
이중 미국으로 입양된 이매임(Megan·여)씨와 독일로 입양된 한성주(Jan)씨, 노르웨이 입양인 헤지(Hege·여)씨 등 6명은 어릴 때 헤어진 가족을 찾았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한국에 가족을 찾으러 오지 못하는 미국의 한 입양인에게 차비를 보내주기도 했다.
 
박 교수의 핏줄 찾기엔 비법이 따로 없다. 입양인에게 사연을 적어달라고 한 뒤 그걸 번역해 신문사에 제보하고, 관공서와 경찰서를 찾아가 부탁하는 방식이다. 살던 동네나 태어난 병원, 생활했던 보육원이라도 나오면 입양인과 같이 찾아가 가족을 수소문하며 발품을 판다.
 
실제 한 미국 국적의 여성 입양인은 ‘쌍둥이’ ‘부산’이라는 두 단서를 들고 한국에 왔다. 박 교수는 쌍둥이·부산 두 단어와 대략적인 부모 연령대를 추측한 뒤 경찰 등에 도움을 구했다. 100통 이상 전화를 걸어 입양인의 아버지와 자매까지 모두 찾아주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독일 교환학생 가운데 입양인이 있어 가족 찾기를 도우면, 그 인연으로 노르웨이·스웨덴 등 또 다른 입양인들이 연락하거나 찾아온다”며 “그럼 집에서 숙식을 제공하며 같이 가족을 찾고, 이렇게 한명씩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교수가 입양인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입양인들 상당수는 페이스북 등에 태극기 문양을 넣고, 한국이름을 별도로 쓴다고 한다. 김윤호 기자

박경민 교수가 입양인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입양인들 상당수는 페이스북 등에 태극기 문양을 넣고, 한국이름을 별도로 쓴다고 한다. 김윤호 기자

 
대구시 중구에 사는 박 교수의 집엔 해외 입양인들이 머물다가 떠나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방 하나를 아예 입양인을 위한 ‘손님 방’으로 비워뒀다.
 
그가 처음 해외 입양인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1994년 대학원생들과 연수차 미국을 찾았을 때다. 미국에 살던 지인이 영화배우 출신의 한 영국인 파티에 초대했다. 박 교수는 파티에서 백인 부부의 손을 잡고 나온 5살·3살인 한국인 아이 2명을 봤다.
 
그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자 나라, 부잣집에 입양 와서 좋겠다고 했는데, 그때 지인이 문화도 다르고, 가족과 떨어진 아이들의 슬픔을 아느냐. 커가면서 다른 피부색 등 문화적인 충격도 있다고 말해 놀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충격을 받은 박 교수는 돌아가면 꼭 해외 입양인의 핏줄을 찾아주는 봉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2일 오후 계명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스마트폰에 담긴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스마트폰엔 100여장의 해외 입양인들 사진이 빼곡히 저장돼 있었다. 그는 “수시로 사진을 꺼내보고 주변에도 보여주면서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입양인들을 챙긴다”고 했다.
 
은퇴를 앞둔 박 교수는 작은 꿈이 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 열흘씩 입양인 가족 찾기를 혼자 동행하며 찾아다니기엔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은퇴 후 작은 봉사 모임. 그런 걸 하나 만들어 해외 입양인들의 핏줄 찾아주기를 체계화하고 싶습니다.”
가족 찾기 중인 해외입양인 3명. 사진 왼쪽부터 공재옥씨, 이정식씨, 안나씨다. [사진 박경민 교수]

가족 찾기 중인 해외입양인 3명. 사진 왼쪽부터 공재옥씨, 이정식씨, 안나씨다. [사진 박경민 교수]

 
박 교수는 3명의 이름을 꼭 기억해 주변에 알려달라고 했다. 최근 ‘핏줄 찾기’ 중인 해외 입양인들이다. 스웨덴 입양인 공재옥(Viveka·출생년도 미상·여)씨, 안나(Anne·39·여)씨, 미국 입양인 이정식(Tom·38)씨다.
 
공재옥씨는 생후 일주일 됐을 때 부산의 한 기차역에서 버려진 것을 경찰이 찾아, 보육원에 맡겨졌다. 그러다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안나씨는 대구시 동구 신암동 한 다방에서 발견돼 보육원에 맡겨졌다가 입양됐다. 이정식씨는 전남 장성 진원면이 어릴 때 주소로 돼 있다. 아버지가 군대에 입대하면서 그는 혼자가 됐고 이후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한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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