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한 배 들어온 뒤 관광객 발길 끊겨” 삼척항 상인들 울상

중앙일보 2019.07.03 00:09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달 15일 북한 목선 정박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 삼척항 활어회 센터. 상인들은 경기 침체로 관광객이 준 데다 북한 목선 정박 사건까지 알려지면서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박진호 기자]

지난달 15일 북한 목선 정박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 삼척항 활어회 센터. 상인들은 경기 침체로 관광객이 준 데다 북한 목선 정박 사건까지 알려지면서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박진호 기자]

“아직 개시도 못 했어요. 북한 배가 항까지 들어온 뒤부터 공치는 날도 있다니까요.”
 

“매출 3분의 1 뚝, 공치는 날도 있어”
정부 안일한 대처에 불안 → 분노
“의문점 많은데 은폐만 하려고 해”
인근 공장 가는 운반선에도 경계

지난달 27일 오후 북한 목선이 정박했던 삼척시 정하동 삼척항 방파제 인근 활어회 센터.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수조에는 대게, 전복 등 수산물이 가득했다. 하지만 수산물을 사는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산물 도·소매업을 하는 이지효(50·여)씨는 “아침 8시에 문을 열었는데 점심시간까지 개시도 못 했다. 경기가 안 좋은 데다 북한 배까지 정박하면서 하루에 1~2팀 받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며 “아예 공치는 날도 있어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너무 힘들다”라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횟집과 활어 도매업을 하는 서정원(42·여)씨도 매출이 반 토막 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씨는 삼척 지역 횟집에 하루 평균 활어 300~400㎏을 공급해 왔다. 하지만 북한 어선 정박 사실이 알려진 뒤 공급량이 100~200㎏으로 줄었다. 6년째 도매업을 해 온 서씨는 “활어 공급량이 준 것은 관광객 감소의 영향이 크다”라며 “체감 경기가 역대 최악인 데다 북한 목선 발견 이후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관광객도 찾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북한 목선 정박 사실이 알려질 당시 황당해했던 상인들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불안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6시40분 삼척항 방파제에서 만난 주민 장모(74)씨는 “북한 사람들이 탄 어선이 항까지 들어와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너무 많은 거짓말을 했다. 정말 화가 난다”며 “북한 배가 온 이유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파제엔 군인 두 명이 무장한 상태로 순찰했다. 이를 본 장씨는 “사건 터지니까 와서 형식적으로 하는 거다. 평소에는 군인이 잘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척항 방파제로 산책 나 온 박모(66·여)씨도 “북한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먹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예전에는 이런 적 없었는데 경계가 소홀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참 대화를 나누던 중 안개 사이로 어선과 다른 형태의 배가 나타나자 장씨가 “저 배 조금 이상한데”라며 한동안 해당 배를 주시했다. 그는 배가 시멘트 공장으로 가는 운반선임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이와 함께 지난 15일 북한 목선 정박을 직접 목격한 주민 불안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정박한 모습을 찍은 전동진 성진호 사무장은 “의문점이 많은데 너무 은폐하려고 한 것 같다.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 전까지만 해도 (정박 사실을) 숨겼다”며 “거짓말이 계속되니 바다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때 난리 났었는데 이번에도 만약에 무장을 하고 왔으면 (현장에 있던) 우리 다 죽었을 수도 있다”며 “경찰이 정보가 새나갈까 봐 무전기 사용을 막고 휴대전화로 보고하는 모습과 뒤늦게 군인이 도착하는 모습 등을 보며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북한 목선이 들어온 모습을 목격한 문천석(72·삼척시 정산동)씨는 “낚시꾼이 탄 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경찰차가 급하게 방파제 쪽으로 왔고 알고 보니 북한 배였다”며 “이번 일이 또다시 발생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