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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경유차 한양도성 진입하자 휴대폰엔 ‘과태료 25만원’

중앙일보 2019.07.03 00:06 종합 18면 지면보기
1일 오후 서울시 신청사 지하 3층 교통정보센터(TOPIS) 종합상황실에서 최종선 서울시 도로정보팀장이 대형스크린을 보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단속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재 기자]

1일 오후 서울시 신청사 지하 3층 교통정보센터(TOPIS) 종합상황실에서 최종선 서울시 도로정보팀장이 대형스크린을 보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단속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재 기자]

1일 오후 3시15분 서울 중구 청계6가. 싼타페 차량이 도심 안으로 진입했다. 불과 2~3초 뒤, 차량 소유자인 김모씨의 스마트폰으로 ‘녹색교통지역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위반 안내’라는 메시지가 전송됐다. ‘귀하의 차량은 배출가스 5등급이다. 한양도성 녹색교통지역(중구·종로구 도심)에서 운행이 제한되며 12월부터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서울시청 지하 3층에 있는 교통정보센터 대형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도심 5등급 차량 시범 단속 현장
119대 카메라가 차량 번호 감지해
AI로 위반 사실 문자메시지 통지
2주간 시범 운영, 시민 의견도 수렴

서울시는 이날 배출가스 5등급 노후 경유차의 도심 진입을 시범 단속했다. 교통정보센터 관계자는 “싼타페 차량은 서울시가 시험 운행한 것이나 다른 일반 차량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전송된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옆에서 살펴보니 다른 5등급 차량에도 같은 문자가 전송됐다.
 
단속을 위해 해당 지역으로 진출입하는 48개 지점에 카메라 119대를 설치했는데, 차량 번호와 색상, 방향, 차선까지 95% 이상을 감지한다. 인공지능(AI) 기능을 통해 운전자 사진 같은 개인정보를 삭제한 뒤 차량 등록자에게 2~10초 뒤 메시지를 송부한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위반 사실과 과태료 부과 예정임을 알리는 메시지만 전송된다.
 
이날 새벽 0시부터 24시간 동안 단속 구역을 통행한 차량 75만1000여 대 가운데 1만3390대(1.78%)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었다. 진입한 차량은 6355대, 빠져나간 차량은 7035대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시는 진입한 차량에 대해 하루 1회 25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방침이다. 다만 긴급차량이나 장애인, 국가유공자 생업 활동용, 국가 공용특수 목적, 저공해 조치 차량 등은 제외다.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이 자신의 5등급 차량에 저공해 조치를 신청한 경우도 예외로 인정한다. 1일 단속된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했다면 16억원에 이른다.
 
지속가능교통물류발전법에 따르면 위반 때 과태료는 50만원이다. 하지만 시·도지사 재량으로 2분의 1까지 경감이 가능해 서울시는 25만원으로 책정했다. 운행 제한 시간은 오전 6시~오후 9시가 유력하다. 주말에도 단속한다. 이수진 서울시 교통정보과장은 “시범 운영을 거쳐 교통량 데이터를 축적하고 거주민 의견을 수렴해 운행 제한 시간과 과태료 수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닮음꼴 정책을 운영하는 곳은 영국 런던이다. 영국은 런던 도심 가운데 세인트폴대성당·타워브리지 등이 있는 중심부 21㎢ 구간을 초저배출구역(ULEZ)으로 지정했다. 이곳으로 유럽연합 유해가스 배출 기준인 ‘유로4(경유차는 유로6)’에 미달하는 자동차가 진입하면 12.5파운드(약 1만9000원)의 ‘공해세’를 내야 한다. 위반하면 최대 1000파운드(약 152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전문가들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거주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중구와 종로구에는 5등급 차량 3900여 대가 등록돼 있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폐차·저공해 조치 때 지원하는 보조금을 기존 165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렸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거주자들에게는 현금보다 일상생활에 도움 되는 적극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며 “가령 서울시가 자동차 회사와 협의해 차량 교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거나 자전거 이용시설을 확충하는 등 불편함을 없앨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재·김태호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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