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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케어 2년, 환자 2.2조 혜택…서울 대형병원 쏠림 심해졌다

중앙일보 2019.07.03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2일 고양시 일산병원 재활센터에서 재활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수(水)치료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2일 고양시 일산병원 재활센터에서 재활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수(水)치료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년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일명 문재인 케어)을 시행한 결과, 2400만 명(중복 제외)의 환자가 2조2000억원(1인당 92만원)의 의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덕분에 종합병원 이상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지난해 32.8%(건보 보장률 67.2%)로 2017년보다 2.8%포인트, 2016년보다 4.6%포인트 줄었다.
 

대형병원 “하루 1만2000명 진료”
문 대통령 “건보보장률 70% 돼야”
정부 31조 필요한데 대책 못 내
의협회장 “문 케어 중단” 단식 농성

문재인 대통령은 2일 경기도 일산병원에서 ‘건강보험 30주년 및 건보 보장성 강화 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이런 결과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0%)으로 당장 높이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70%까지 가야 하고, 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 어떤 질병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올 4월 국민의료비 지출이 총 2조2000억원 절감됐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치료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가장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본 것은 선택진료비(특진료) 폐지다. 지난해 1월 폐지 이후 2100만 명이 6093억원의 부담을 줄였다. 다음으로 초음파 검사 1451억원(217만 명), 임플란트 시술 1278억원(52만 명), 자기공명영상촬영(MRI) 1243억원(57만 명) 순이다. 중증질환 환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면서 부담이 25~50%로 줄었다.
  
“병원비 엇비슷” 지방 환자들 서울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 3번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승호 기자]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 3번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승호 기자]

 
수도권 대형병원의 진료비 문턱이 낮아지면서 환자가 몰린다. 2일 오전 서울 SRT 수서역 3번 출구. 삼성서울병원행 셔틀버스에 타려고 환자들이 몰린다. 1시간 동안 셔틀버스 10대 중 8대가 꽉 찼다. 최모(66)씨는 전남 목포에서 오전 6시에 SRT 첫차를 탔다. 그는 “눈이 자주 붓고 침침해 불편을 느껴서 왔다”며 “동네병원 진단은 신통치 않고, 지역 대학병원도 미덥지 않아 정밀검사를 받으러왔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비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삼성병원에 예약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환자도 역에서 나왔다. 오모(62·동탄신도시)씨는 “동네 작은 병원의 진료는 검사 방법과 진료 방식 등을 믿을 수 없다. 비용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큰 병원으로 간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박모(68)씨는 “고생길이지만 그래도 서울 대형병원이 안심된다”며 서울아산병원으로 향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간부는 “하루 외래환자가 어쩌다 1만 명이었는데, 지금은 1만1000~1만200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뇌 MRI 검사에 건보가 적용되면서 촬영이 21% 늘었다. 다른 대형병원은 MRI 대기가 67~87일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새벽 1, 2시에 촬영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새벽 4시에도 찍는다”고 말한다. 중증 환자 진료 대기도 길어진다. 유명 교수는 6개월 걸린다. 다른 병원은 1년 밀린 의사도 있다. 이 병원 직원은 “2, 3인 병실이 건보가 되면서 2인실 요구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은 “쏠림 현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급격한 증가는 없다”고 말했다.
 
문 케어에 필요한 돈(31조원)을 조달하려면 내년에 보험료를 3.49% 올려야 한다. 하지만 민주노총·한국노총·경총 등 8개 건보 가입자 단체가 지난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강하게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동네의원 내년 진료 수가를 2.99% 올린 데 대해 “문 대통령이 적정 수가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의협은 2일 청와대 앞에서 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최대집 회장은 “상급병원 환자 쏠림 때문에 정작 치료가 필요한 중환자는 제대로 진료를 못 받는다”며 “비싼 것을 싸게, 또는 공짜로 해준다면서 의료체계를 망가뜨리는 게 문 케어가 포퓰리즘인 이유”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문 케어를 이제 전면 중단하고 변경해야 한다”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항암신약, 비급여 많아 희망 고문 여전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환우회 백민환 회장은 “식약처 허가를 받은 항암제 5개 중 2개만 문 케어 이후 건보 적용(위험분담제)되고 나머지는 감감무소식이다. 이 때문에 월 1000만원 들여 약을 먹는다. 전세로 내려앉거나 집을 줄이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는 8000~9000명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돈 없어서 치료 못 받는 환자 없게 하겠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이제는 ‘희망 고문’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박은철(예방의학) 연세대 의대 교수는 “환자 쏠림을 막는 장치 없이 문 케어가 출발한 게 가장 큰 한계”라며 “이제라도 영국처럼 과다 이용 방지 장치를 둬야 한다. 본인 부담금을 높이든지, 과다 이용자 사례 관리를 하든지, 합리적 이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선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은 “문 케어 이후 돈 없는 사람도 대학병원에 갈 수 있게 됐다고도 볼 수 있다”며 “가장 고통스러운 게 간병인 문제인데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이에스더·이승호·위문희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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