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영계 불참한 최저임금위···노동계, 1만원안 기습 제출

중앙일보 2019.07.02 17:22
근로자 위원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지난달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 '만원 행동'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연합뉴스]

근로자 위원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지난달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 '만원 행동'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가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원을 요구했다. 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다. 이날 회의에 사용자 위원(9명)은 참석하지 않았다.
노사가 함께 제출하던 관례 깨고 19.8% 인상안 제출 
통상 최초 요구안은 노사가 함께 제출하는 것이 관례다. 두 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 인사로 구성된 근로자 위원은 "사용자 위원의 불참으로 더 이상 심의가 지체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2020년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출했다.
 
사용자 위원은 지난달 26일 제5차 전원회의에서 업종·규모별 차등 적용이 무산되자 집단 퇴장하고, 이후 전원회의를 보이콧 중이다.
주휴수당 포함 1만2012원, 연봉 2508만원…영향률 세계 최고
근로자 위원의 요구안에는 올해(시급 8350원)보다 19.8% 올린 시급 1만원이 적혀 있었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2012원이다. 월급으로 따지면 209만원, 연봉 2508만원이다.
 
이 금액을 적용하면 근로자 10명 중 4명꼴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최저임금 영향률)이 된다. 현재 한국의 최저임금 영향률은 2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게 40%대로 치솟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롯한 외국은 10%가 채 안 된다. 영향률이 높은 국가로 분류되는 프랑스와 일본도 10~11% 정도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제출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용자 위원이 요구안을 내지 않고 침묵시위를 하면서 노동계도 제출을 미뤘다. 이후 사용자 위원이 전원회의를 보이콧하면서 심의가 지체됐다.
근로자 위원 "상여금 포함한 산입범위 확대 폐기"도 요구
근로자 위원인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회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오늘 세 가지를 준비했다.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출한다. 또 법이 개정되면서 산입범위가 넓어졌는데, 이를 바로잡을 것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자영업 소상공인을 위해 가맹수수료 문제 등 경제민주화 제도개선책 마련에 대해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위원 복귀하지 않는 한 근로자 위원 안으로 심의 진행 
사용자 위원이 심의 보이콧을 접고 경영계의 요구안을 추후에라도 제출하지 않는 한 최저임금위의 심의는 노동계의 최초 요구안을 놓고 진행된다.
 
노동계가 안건으로 제시한 산입범위 확대 철회, 소상공인을 위한 경제민주화 제도 개선책도 마찬가지다. 사용자 위원이 요구한 차등 적용 또한 사용자 위원이 복귀하지 않으면 추가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
 
자칫하면 공익위원과 근로자 위원으로 심의·의결이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도 사용자 위원이 회의를 보이콧하자 공익위원과 근로자 위원만으로 심의를 진행해 전년보다 10.9% 오른 시급 8350원으로 결정했다.
소상공인 반발로 사용자 위원 복귀 무산 
한편 사용자 위원은 이날 오전 긴급회동을 갖고 최저임금위 복귀를 논의했다. 그러나 사용자 위원으로 참여 중인 소상공인 측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복귀는 무산됐다.
 
소상공인을 제외한 나머지 사용자 위원은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해 결정한 뒤 추후 업종·규모별 차등 적용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처럼 심의 과정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소상공인 측은 "차등해서 적용할 사업체 규모라도 구분하고 가야 추후 차등 적용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다만 계속 심의에 불참할 경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3일 집중심의부터는 복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