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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해한 김정은 불만 탓? 트럼프 만남마다 바뀐 통역 왜

중앙일보 2019.07.02 17:09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어 통역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바뀌고 있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 때는 김주성이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회담 때는 신혜영이 통역으로 참석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담에선 30대 중반의 석원혁이 새롭게 등장했다. 석원혁은 2017년 전직 미국 NBA 농구선수였던 데니스 로드맨이 방북했을 때 그를 챙기며 통역에 나섰던 인물이다.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 당시 김 위원장 통역을 맡은 석원혁(원안)[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 당시 김 위원장 통역을 맡은 석원혁(원안)[사진=연합뉴스]

석원혁은 1990년대 후반 해외 공관근무에 나섰던 아버지를 따라 북유럽 국가에 체류하며 국제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귀국 후엔 평양외국어대학 영어과를 졸업하고 외무성에 배치됐다는 게 탈북자들의 설명이다. 석원혁은로드맨 통역 당시 상부에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책을 당한 적도 있지만, 영어만큼은 실력자라고 한다. 북한 외무성 출신의 고위 탈북자는 “석원혁은 또래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통역을 맡은 김주성(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역 이연향씨[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통역을 맡은 김주성(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역 이연향씨[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역을 맡았던 신혜영. 오른쪽은 김 위원장의 집사격인 김창선 국무부 부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역을 맡았던 신혜영. 오른쪽은 김 위원장의 집사격인 김창선 국무부 부장.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북ㆍ미 회담 때마다 통역을 교체하는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영어를 알아듣는 김 위원장이 통역에 만족하지 못해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2일 “김 위원장은 스위스 베른에서 국제학교에 다닌 경력이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어지간히 알아듣는 것 같다”며 “본인이 판단하기에 통역이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거나, 순발력 있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중국어 통역은 그대로인데 유독 영어 통역만 잦은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2월 하노이 회담 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모두 발언을 하는 동안 수차례 통역(신혜영)을 돌아보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고 하자 김 위원장이 “우리에겐 시간이 없는데...”라는 말을 하면서 신혜영을 돌아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그 순간 통역에 만족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인 이연향(원 안)씨는 대통령 옆쪽으로 다가 앉아 있는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역인 신혜영은 김 위원장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인 이연향(원 안)씨는 대통령 옆쪽으로 다가 앉아 있는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역인 신혜영은 김 위원장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에겐 시간이 없는데"라며 통역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 JTBC캡처]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에겐 시간이 없는데"라며 통역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 JTBC캡처]

 
북한의 권위주의적 체제 때문에 통역들이 ‘실력’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고위직 출신 탈북자들의 얘기에 따르면 김 위원장 통역은 실력이 검증된 인물들로 뽑는다. 따라서 언어 구사 능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영어를 알아듣는 '최고존엄' 앞에서 주눅이 들거나 실수에 대한 부담으로 역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선 통역들의 부담감 역시 최고치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영철 당 부위원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에게 문의해 달라'고 했더니 본인도 못한다고 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말했고 그러자 금방 해결했다"며 "김영철 부위원장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말을 못 붙일 정도로 권위적인 상황에서 통역이 느끼는 부담감이 대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ㆍ미 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어 통역인 한국계 이연향씨의 당당하고도 활기찬 모습과 달리, 북한 통역들은 김 위원장의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곤 했던 사례도 있다. 생중계된 하노이 회담 모두 발언 때 이연향씨는 트럼프 대통령 옆쪽으로 다가가 앉아 있었지만, 신혜경은 쭈뼛거리거나 김 위원장 뒤쪽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던 게 대표적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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