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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두 얼굴…이란엔 '배드 캅' 북한엔 '굿 캅' 왜?

중앙일보 2019.07.02 16:13
"이란은 불장난을 하고 있다."(7월 1일 백악관 기자들에게)
"이번 주말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해 정말 좋았다.”(같은 날 트위터에)

저농축 우라늄 저장 한도 초과 발표에
트럼프 "이란, 불장난 하고 있다" 경고
북한엔 "김 위원장과 함께 해 정말 좋았다"
"북한과 비슷한 접근, 이란엔 안 통해"
전문가들 "미국 목표가 아예 다를수도"


 
요주의 '핵 개발' 국가들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야누스 같은 '두 얼굴'이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환한 얼굴로 "역사적인 날"을 되뇌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선 돌변했다. 이란이 1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제한했던 저농축(3.67%) 우라늄(LEU) 저장 한도를 넘겼다고 발표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긴장이 고조됐을 때 ‘말살’(obliteration) 표현을 서슴지 않은 데서 연장선상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고 1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중앙포토]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고 1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중앙포토]

 
이란과 북한 모두 트럼프 정부의 핵 협상 상대이지만 대하는 방식은 판이하다. 이란에 대해 ‘배드 캅’이라면 북한에 대해선 ‘굿 캅’이나 다름없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서도 ‘화염과 분노’ ‘완전한 파괴’를 거론하며 위협했다. 하지만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대북 ‘말폭탄’이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정상회담이 성사된 데 대해 "짧은 시간에 반응을 줘 감사하다"는 말까지 했다. 자신의 '트윗 제안'에 김 위원장이 바로 수락해 역사적인 ‘판문점 번개 회동’이 성사된 데 대한 만족감이다. 양 정상은 이날 회담을 통해 실무 회담 재개를 약속하는 등 교착상태이던 핵협상의 실마리도 풀기 시작했다.
 
반면 이란과는 군사 충돌까지 염려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13일 오만 해상에서 벌어진 유조선 피격이 직접적 계기다. 지난달 21일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미군 무인정찰기(드론) 격추에 대한 보복 공격을 승인했다 돌연 철회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군은 새로이 재건됐고 세계 최강 수준으로 진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언제든 ‘군사 옵션’이 유효하다는 경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중앙포토]

 
이란과 북한에 대한 '두 얼굴' 접근법은 기본적으론 트럼프 정부가 전임 오바마 정부의 대이란 대화 정책을 거부하기 때문에 나타난 양상이다. 여기에 더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비해 북한을 상대할 때 동원할 수 있는 수(tools)가 더 많다고 1일 지적했다. 북한과는 최고지도자(김정은)와 직접 소통하고 있으며, 강력히 가동 중인 유엔 제재가 있고, 국제사회의 제재 지지 역시 광범위하다는 점에서다. 
 
바꿔 말하면 이란에 대해선 이같은 접근이 안 통한다는 얘기다. 미국이 핵합의에서 먼저 탈퇴하면서 국제사회가 이란 제재를 놓고 분열됐고, 미국이 요구하는 경제 추가제재 역시 유럽은 난색을 표한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24일 이란 최고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후세이니 하메네이(80)를 직접 제재 대상에 추가해 '톱다운' 해결 가능성도 현재로선 없다. 또 북한은 김정은 시대를 맞아 대미 협상에 적극적인 데 이란은 자체로 중동의 강대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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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두 국가를 대하는 미국의 근본 목표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마이클 맥폴 전 주러시아 미국대사는 AP 통신에 "이란에 대해선 군사 옵션을 포함한 정권 교체가 진짜 목표일지 모른다"고 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완벽한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 안보에 대한 직접 위협을 줄이기 위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해체하고 핵무기 일부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허락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 "그래서 트럼프가 이상하게 북한에 포용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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