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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케어 2년, 진료비 덜내지만…서울 큰병원만 사람 몰린다

중앙일보 2019.07.02 15:40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2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한 사례 발표자의 아이를 안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2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한 사례 발표자의 아이를 안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년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일명 문재인 케어)을 시행한 결과, 2400만명(중복 제외)의 환자가 2조2000억원(1인당 92만원)의 의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덕분에 종합병원 이상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지난해 32.8%(건보 보장률 67.2%)로 2017년보다 2.8% 포인트, 2016년보다 4.6% 포인트 줄었다. 
 

중증환자 부담 25~50%로 떨어져
2400만명 1인당 92만원 부담 줄어
대형 병원 쏠림 심각, MRI 석달 대기
항암신약 보험 안돼 여전히 집 팔아야

 문재인 대통령은 2일 경기도 일산병원에서 '건강보험 30주년 및 건보 보장성 강화 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이런 결과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 수준으로 당장 높이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70% 수준까지는 가야 하고, 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2년 전 약속드린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 어떤 질병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민의료비 지출이 총 2조 2000억원 절감됐다.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치료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 보건복지부]

[자료 : 보건복지부]

 복지부에 따르면 가장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본 것은 선택진료비(특진료) 폐지다. 지난해 1월 폐지 이후 2100만명이 6093억원의 부담을 줄였다. ▶초음파 검사 1451억원(217만명) ▶임플란트 시술 1278억원(52만명) ▶자기공명영상촬영(MRI) 1243억원(57만명) ▶아동입원비1215억원(102만명) ▶2,3인병실료 739억원(49만명) 등이다. 이런 게 중증질환 환자에게 집중되면서 이들의 의료비 부담이 25~50%로 줄었다. 
 
서울로,큰 병원으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 3번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승호 기자]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 3번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승호 기자]

하지만 짧은 기간에 서둘러 추진하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진료비 문턱이 낮아지면서 환자가 몰린다. 2일 오전 서울 SRT 수서역 3번 출구. 버스 정류장 앞에 70여명이 줄지어 서서 삼성서울병원행 셔틀버스에 오른다. 1시간 동안 셔틀버스 10대 중 8대가 꽉 찼다.    
최모(66)씨는 전남 목포에서 오전 6시에 SRT 첫차를 탔다. 그는 “눈이 자주 붓고 침침해 불편을 느껴서 왔다”며 “목포 동네병원 진단은 신통치 않고, 지역 대학병원도 미덥지 않아서 가고 싶지 않았다. 정밀검사를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비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삼성병원에 예약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김모(63ㆍ여)씨도 “중한 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방의 병원은 미심쩍어 서울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싶어 올라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환자도 역에서 나왔다. 오모(62·동탄신도시)씨는 “동네 작은 병원의 진료는 검사 방법과 진료 방식 등을 믿을 수 없다. 비용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큰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박모(68)씨는 “병원까지 고생해서 가야하지만 그래도 진료를 받으려면 서울 대형병원으로 가는 것이 안심된다”며 택시를 타고 서울아산병원으로 향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간부는 "하루 외래환자가 어쩌다 1만명이었는데, 지금은 1만1000~1만2000명으로 늘었다"며 "경증·중증 할 것 없이 몰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뇌 MRI 검사에 건보가 적용되면서 촬영이 21% 늘었다. 다른 대형병원은 MRI 대기가 67~87일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새벽 1,2시에 촬영이 잡히면 그나마 다행이다. 새벽 4시에도 찍는다"고 말한다. 중증 환자 대기도 길어진다. 유명 교수는 6개월 걸린다. 다른 병원은 1년 밀린 의사도 있다. 이 병원 직원은 "2,3인 병실이 건보가 되면서 2인실 넣어달라는 요구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은 "쏠림 현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급격한 증가는 없다"고 말했다. 
 
재정 조달 빨간불
문 케어에 필요한 돈(31조원)을 조달하려면 내년에 보험료를 3.49% 올려야 한다. 하지만 민주노총·한국노총·경총 등 8개 건보 가입자 단체가 지난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부가 국고 지원 책임을 100% 지지 않으면 보험료를 동결해야 한다”고 나서면서 보험료 인상이 벽에 부닥쳤다. 정부가 그동안 다 지급하지 않은 국고 보조금부터 내놓으라는 얘기다. 
 
의협회장 문케어 중단 단식
 대한의사협회는 2일 청와대 앞에서 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경증·중증 가릴 것 없이 너도나도 대형병원 진료와 검사에 줄을 서고 있다. 상급병원이 제역할을 못해 정작 적시에 치료가 필요한 중환자는 제대로 진료도 못 받고 있다"며 "비싼 것을 싸게, 또는 공짜로 해준다며 국민을 유인해 의료체계를 망가뜨리는 점이 바로 문 케어가 포퓰리즘인 이유"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문 케어를 이제 전면 중단하고 근본적 정책변경을 해야 한다"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의협은 동네의원 진료 수가를 2.99% 올린 데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적정 수가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의협은 9,10월 중 의사 총파업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부 암환자에게 그림의 떡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환우회 백민환 회장은 “이미 식약처 허가를 받은 항암제 5개 중 2개만 문 케어 이후 건보 적용(위험분담제)되고 나머지는 감감무소식이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월 1000만원 들여 약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한 달 1000만원을 감당하지 못해 전세로 내려앉거나 집을 줄이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다발골수종환자는 8000~9000명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돈 없어서 치료 못 받는 환자 없게 하겠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이제는 ‘희망 고문’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환자 쏠림을 막는 장치를 만들어 보장성 강화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게 문 케어의 가장 큰 한계“라며 ”이제라도 영국처럼 과다 이용 막는 장치를 반드시 둬야 한다. 본인 부담금을 높이든지 과다 이용자 사례 관리를 하든지 합리적 이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이에스더·이승호·위문희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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