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홍콩 초유의 입법회 점거 시위, 현장엔 '한국도 지지' 대자보

중앙일보 2019.07.02 13:44
홍콩 입법회 주변은 지난 1일 밤 격렬했던 시위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신경진 특파원

홍콩 입법회 주변은 지난 1일 밤 격렬했던 시위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신경진 특파원

“이 시각 우리는 가정·SNS·커뮤니티에서 가짜뉴스에 실망하지 않고, 허무주의에 저항하고, 독재 아래 두려움과 무력감과 기꺼이 싸워 진실과 도리를 견지하고, 한 명의 개인도 적지 않다는 믿음을 견지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홍콩인을 위해 계속 전진합시다.”
2일 오전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민진)이 홍콩 시민에게 보내는 공식 호소문이다. 민진은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지 22주년 기념이던 1일 사상 초유의 홍콩 입법회(국회) 본회의장 점령을 주도했다.  

시위대-경찰 전날 밤 대치 흔적 여전
‘한국은 시위 지지, 계속 전진’ 대자보

홍콩 입법회 주변은 지난 1일 밤 격렬했던 시위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신경진 특파원

홍콩 입법회 주변은 지난 1일 밤 격렬했던 시위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신경진 특파원

캐리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이날 새벽 4시 전격적인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폭력적인 입법회 점령을 비난한 데 대한 홍콩 민주진영의 반박이다.  
2일 오전 찾아간 입법회 주변은 지난 밤 시위대와 경찰의 치열한 대치 흔적이 여전했다. 빅토리아 항구가 보이는 입법회 북문과 좌·우 유리창은 무참하게 깨져 있었다. 외신 기자들이 시시각각 생중계로 치열했던 전날의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폴리스라인으로 진입을 막은 입법회 건물 내부에는 “법치 수호, 중국 송환법 반대, 시위와 항의는 폭동이 아니다” “구속 인원 즉시 석방”을 적은 검은 플래카드가 여전히 걸려있었다. 곧 경찰이 취재진에 청사 밖으로 이동을 요청하며 폴리스라인을 확대했다.
홍콩섬의 간선도로인 하커트로드와 접한 입법회 북쪽에는 지난 30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의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며 투신한 홍콩교육대 1학년생 뤄샤오옌(21)이 벽에 남긴 유서 사진과 국화꽃이 놓여있었다. 지난달 15일 노란 우비를 입고 투신한 량링제(35)와 뤄샤오옌이 손잡은 포스터도 입법회 건물 곳곳에 붙어 있었다.  
시위대를 지지하는 한국인의 구호도 보였다. “한국인은 홍콩의 민주화를 강력히 지지합니다. 당신은 외롭지 않습니다. 슬퍼하지 말고 계속 전진”이라고 적혀 있었다.
홍콩 입법회 주변에 한국인이 쓴 것으로 보이는 시위 지지 대자보도 보였다. 대자보에는 ’한국인은 홍콩의 민주화를 강력히 지지합니다. 당신은 외롭지 않습니다. 슬퍼하지 말고 계속 전진“이라고 쓰였다. 신경진 특파원

홍콩 입법회 주변에 한국인이 쓴 것으로 보이는 시위 지지 대자보도 보였다. 대자보에는 ’한국인은 홍콩의 민주화를 강력히 지지합니다. 당신은 외롭지 않습니다. 슬퍼하지 말고 계속 전진“이라고 쓰였다. 신경진 특파원

송환법의 완전한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요구에 람 행정장관은 선을 그었다. 기자회견에서 “6월 15일 송환법의 연기를 선언했다”며 “입법회가 송환법 논의를 재개할 시간표도 계획도 없어 법안은 만료되거나 2020년 7월 입법회 회기가 끝날 때 사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매우 긍정적 답변”이라고 덧붙였다. 송환법의 철폐는 용납할 수 없고 ‘자연사’까지가 한계라는 의미다.  
중국도 람 장관을 지지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 등 관영 매체는 2일 10시(현지시간) 일제히 “홍콩, 극단적인 폭력 행위 강력 규탄”이란 제목으로 “위법행위는 끝까지 추궁하겠다”는 람 장관의 강경 발언을 타전했다. 람 장관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홍콩 입법회 주변 벽면에 시위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포스트잇이 가득하다. 신경진 특파원

홍콩 입법회 주변 벽면에 시위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포스트잇이 가득하다. 신경진 특파원

한편 전날 홍콩 반환 22주년 거리 시위 규모를 놓고 시위 주최 측은 55만명이 참여했다고 발표했고, 경찰은 19만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홍콩 명보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26만5000명이 참여했다고 집계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시민 76%가 정부의 대응에 반대하며 비협조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명보는 이날 3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1.6%가 람 행정장관의 즉각 하야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콩 정부가 주최한 홍콩반환 기념식 참가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는 15.7%만 람 장관의 하야를 지지해 극단적으로 분열된 홍콩 여론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홍콩=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