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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장손은 장남의 장남”? 인권위 “명백한 성차별…헌법도 위배”

중앙일보 2019.07.02 12:44
국가인권위원회 본관.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본관.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유공자 장손의 자녀에 대한 취업 지원 시 장손을 ‘장남의 장남’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 아버지의 외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 B씨로 슬하에 4남매를 두었으며, A씨의 할머니는 그중 첫째였다.
 
B씨의 두 아들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으로 갔고 막내딸은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A씨의 할머니만이 유일하게 한국에 남은 B씨의 자녀가 됐다.
 
이에 따라 A씨는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이 B씨의 유일한 한국인 후손이라며,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취업 지원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장손의 사전적 의미와 사회적 관습에 근거할 때 ‘장남의 장남’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장손이란 호주 승계인을 대체하는 개념”이라며 A씨를 독립유공자 장손의 자녀로 볼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가부장적 권위 악습의 전승과 여성차별적 제도라는 비판 끝에 지난 2005년 폐지된 호주제를 끌고 들어온 것이다.
 
인권위는 호주제를 거론한 보훈처의 판단이 헌법에 배치된다고 봤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가 ‘호주제는 가족 내에서 남성 우월적 지위, 여성의 종속적 지위라는 전래적 여성상에 뿌리 깊은 차별’이라는 이유로 폐지됐다”며 “보훈처가 이를 유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해석했다.
 
특히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제16조 2항 3호에서 여성도 장손도 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등 ‘장손’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고 있어 A씨의 아버지도 독립유공자 장손으로 봐야 한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보훈처장에게 “독립유공자 손자녀의 자녀에 대한 취업 지원 시 성 평등에 부합하도록 진정인 같은 경우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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