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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노리는 고유정…우발적 범행주장”

중앙일보 2019.07.02 12:38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이 지난 5월 29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의 한 가게에서 범행도구를 사는 모습. [연합뉴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이 지난 5월 29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의 한 가게에서 범행도구를 사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구속)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그의 계획적 범행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檢, 고유정 사건 ‘시신없는’ 기소
인명경시 살인, 사형 구형할 듯

이번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이었는지 여부다. 이와 관련해 백성문 변호사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살인죄는) 동기에 따라서 형이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살인죄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고유정은 처음부터 굉장히 영리한 여자”라며 “살인을 했다는 것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살인은) 인정하고 (집행유예를) 노리고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제주지검은 고유정이 아들 면접교섭권 소송에서 패소한 뒤 스마트폰과 집 컴퓨터로 졸피뎀 등 범행 수법을 검색하고 도구를 구입하는 등 계획적인 정황을 확인했다. 하지만 고유정은 경찰 수사에서부터 줄곧 “전남편인 강씨가 성폭행하려고 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하게 된 것”이라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고유정 측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범행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보이는 오른손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했다.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 하자 대항하는 과정에서 오른손이 다쳤다는 것을 재판과정에서 입증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백 변호사는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유정 주장의 신빙성을 낮게 봤다. 백 변호사는 “고유정은 제주도에 입도하기 전날 졸피뎀(수면유도제)을 구입했다. 그리고 살해와 사체 손괴할 때 필요했던 여러 가지 범행 도구들, 쓰레기봉투, 흉기, 락스 등을 제주도에 와서 전 남편을 만나기 전에 구입했다”고 했다.
 
이어 “원래 살인 사건이 계획적이냐 우발적이냐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살해 도구를 언제 구입했냐는 것”이라며 “살인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미리 준비하고 또 살해에 관련된 여러 가지를 휴대전화로 검색했다. 그런 걸 고려한다면 고유정의 얘기는 거짓말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노영희 변호사도 “지금 검찰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인명경시 살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인 보통 살인보다도 훨씬 범행의 수법이 잔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인명 경시 살인은 범행 동기난 수법 등을 참작해서 봤을 때 가장 나쁜 살인”이라며 “유기 징역을 선고하더라도 23년 이상, 무기 아니면 사형수준으로 밖에 갈 수 없을 것”이라며 고유정에 대한 집행유예 가능성은 낮게 봤다.
 
살인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기준은 범행동기에 따라 ▲참작동기 살인 4∼6년(가중될 경우 5∼8년) ▲보통동기 살인 10∼16년(〃 15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비난동기 살인 15∼20년(〃 18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중대범죄 결합 살인 20년 이상 또는 무기(〃 25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 23년 이상 또는 무기(〃 무기 이상) 등으로 나뉜다.
 
검찰은 고유정에 적용된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유전자가 발견된 흉기 등 증거물이 89점에 달하는 데다, 범행동기를 증명할 여러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 특히 검찰은 지난 5월9일 아들 면접권을 다툰 재판에서 패소한 이튿날부터 고유정이 ‘살인도구’ ‘뼈 무게’ 등 범행 관련 단어를 검색한 기록을 확보했다.
 
그러나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점은 검찰 측에 불리한 상황이다. 고유정은 여객선과 김포 아파트 주변 2곳 등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되면 부검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범행 수법과 사인을 밝혀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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