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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오리지널 성조기’ 스니커즈 “노예제 연상” 비판에 급철회

중앙일보 2019.07.02 11:54
“백인우월주의와 노예제 상징인 ‘오리지널 성조기’ 운동화가 웬 말이냐.”
 

13개 별 들어간 '베치로스기' 디자인 출시
"백인우월주의 13개주 연상" 비판에 철회
'NFL 무릎꿇기' 앞장 섰던 캐퍼닉도 항의

미국 독립기념일(7월4일)을 맞아 성조기의 소위 ‘오리지널 버전’인 베치로스기(betsy ross flag) 스니커즈를 선보이려던 나이키가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베치로스기에 박힌 13개의 별이 독립 초기 13개 주의 노예제와 백인우월주의를 환기시킨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이키는 ‘에어 맥스원(Air Max 1) USA’라는 이름의 신제품을 이번 주 판매 개시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자사 홈페이지와 쇼핑몰 등에서 이를 회수했다. 애초 미국 독립 243주년 기념으로 예고된 이 제품은 운동화 뒤꿈치에 원조 성조기로 불리는 베치로스기를 박아넣은 형태였다.  
 
나이키가 선보이려다 돌연 철회한 ‘에어 맥스원(Air Max 1) USA’의 광고 이미지. 성조기의 소위 ‘오리지널 버전’인 베치로스기(betsy ross flag)를 뒤꿈치에 수놓았다. [사진 나이키]

나이키가 선보이려다 돌연 철회한 ‘에어 맥스원(Air Max 1) USA’의 광고 이미지. 성조기의 소위 ‘오리지널 버전’인 베치로스기(betsy ross flag)를 뒤꿈치에 수놓았다. [사진 나이키]

WSJ에 따르면 이 같은 철회엔 전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콜린 캐퍼닉의 ‘항의’가 결정적이었다. 흑인 선수 출신으로 현재는 인권운동가로 변신한 캐퍼닉은 베치로스기 디자인이 미국 독립 초기 13개주의 노예제를 연상시키고 이 때문에 “불쾌하다”는 의견을 나이키 측에 전달했다. 쇼핑몰 등에 제품 이미지가 올라오자 여러 네티즌들도 비슷한 의견을 소셜미디어에 남겼다. 나이키는 별다른 설명 없이 각 소매점과 쇼핑몰로부터 해당 제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퍼닉은 소위 ‘NFL 무를 꿇기 캠페인’의 도화선이 된 인물이다.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소속 쿼터백이던 그는 2016년 8월 경기 직전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일어서지 않고 무릎을 꿇고 앉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후 다른 종목 선수들이 동참하고 당시 대권 주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비판하면서 ‘애국주의’ 논란으로 번졌다. 이후 소속팀과 계약이 해지되고 인권운동을 벌이던 캐퍼닉을 나이키가 지난해 ‘저스트두잇’ 광고 30주년 모델로 기용해 또한번 논란이 일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개인주의를 잘 포착했다"는 호평과 "반국가주의를 교묘하게 활용한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맞붙었다.
2016년 미국프로풋볼(NFL) 경기에 앞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국가 연주 때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콜린 캐퍼닉. [AP=연합뉴스]

2016년 미국프로풋볼(NFL) 경기에 앞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국가 연주 때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콜린 캐퍼닉. [AP=연합뉴스]

 
베치 로스기는 1776년 영국 식민지였던 13개주가 독립선언을 했을 때 만들어진 최초의 성조기로 알려진다. 남북전쟁까지 벌어졌던 미 연방의 과거를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오늘날 자주 쓰이지 않는다. 2016년 미시간주의 한 고교 풋볼 경기 때 응원단이 베치로스기를 흔들었다가 교육감독관이 사과하는 사태도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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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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