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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명사전에 내 이름 등재 된다고? 상술에 속지 맙시다

중앙일보 2019.07.02 10: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44)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라는 마르퀴즈 후즈후에서 2019년 등재 후보자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홈페이지에 들어와 신청서에 인적사항을 기재하라는 친절한 링크도 첨부했다. [사진 마르퀴즈 후즈후 홈페이지]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라는 마르퀴즈 후즈후에서 2019년 등재 후보자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홈페이지에 들어와 신청서에 인적사항을 기재하라는 친절한 링크도 첨부했다. [사진 마르퀴즈 후즈후 홈페이지]

 
며칠 전 필자께 아래의 e메일이 왔다. 벌써 세 번째다.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그 유명한(?) Marquis Who's Who(마르퀴즈 후즈후)로부터. 2019년 등재후보자로 선정되었다(nominate)는 내용이었다. 본사 홈에 들어와 신청서에 인적사항을 기재하라며 친절하게도 링크까지 걸어 두면서 말이다.
 
화부터 먼저 났다. 이미 8년(2011)전 백수가 되어 무위도식, 삼식이 신세에다 할멈께 구박만 받고 사는 처지에 세계 인명사전 등재라니, 그것도 재작년에 이어서.
 
학술논문을 낸 것도 2012년이 마지막이고 그동안 아무런 실적도 없는데 그 유명하다는, 세계적 석학들(?)이 등재되는 곳에 이름을 실어주다니! '가문의 영광이고 족보에 남을 대사건 아닌가'라고 생각함 직하지만 이미 돈벌이 수단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차리고 있어서다.
 
후보자가 등재를 신청하면 책과 기념품 구매 의사를 묻는다. 책값치고는 너무 비싼 것 같아 구입하지 않았다. 책을 팔기 위한 상술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사진 마르퀴즈 후즈후 페이스북]

후보자가 등재를 신청하면 책과 기념품 구매 의사를 묻는다. 책값치고는 너무 비싼 것 같아 구입하지 않았다. 책을 팔기 위한 상술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사진 마르퀴즈 후즈후 페이스북]

 
재작년에 메일이 왔을 때는 잠깐 망설여지기도 했었다. 그래도 메일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미 20여 년 전의 트라우마가 있어서다. 그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유명한가?' 감격하여 신청서에 열심히 이력을 부풀려 적고는 클릭을 했었다.
 
다음 창이 떴다. 책 구매 의사와 기념품 어쩌고를 묻는 내용이었다. 그때 기억으로는 책값 등의 비용이 몇백 달러쯤 됐다. 좀 아쉽긴 했어도 별 내세울 것 없는 나한테까지 하는 생각도 들고 책값치고는 너무 비싼 것 같아 사지 않겠다고 했다.
 
일순 세계적 석학 반열(?)에 오를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건 아닌지 후회를 하면서도. 그런데 그 뿐이었다(추후 등재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음). 책 팔아먹는 수법에 가까운 상술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이후 현시욕 강한 한국 사람들이 호구(봉)라는 소문도 들려 위안했던 기억도 난다.
 
진행은 이렇게 한다. 먼저 해당 기관이 "내년 인명사전 수록 예비명단에 포함됐다"는 이메일을 보낸다. 이를 승낙하면 "인명사전은 얼마이고, 게재가 적힌 명함제작은 얼마, 기념품은 얼마"라는 식으로 묻는다. 비용은 대략 400~500달러 정도 된다. 말로는 수록 여부와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돈을 내야 이름을 울려준다는 것이 비밀 아닌 비밀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자주 실리는 3대 인명사전은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 '미국 인명연구소 올해의 인물(International Man of the Year), '영국의 국제인명사전(Dictionary of International Biography)이다. 이들 기관은 매년 정치ㆍ경제ㆍ사회ㆍ종교ㆍ과학ㆍ예술 등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보인 사람을 자사의 인명사전에 등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 검색으로 간단히 사기라는 확인이 가능하다. 수백 달러씩 돈을 받고 거창한 상을 멋대로 만들어 팔아먹는다는 내용이다. [사진 pixabay]

인터넷 검색으로 간단히 사기라는 확인이 가능하다. 수백 달러씩 돈을 받고 거창한 상을 멋대로 만들어 팔아먹는다는 내용이다. [사진 pixabay]

 
그러나 이에 대해 사기(scam)성이 농후하다는 글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 하나를 요약하면 이렇다.
 
“인터넷 검색으로 간단히 사기라는 확인이 가능하다. 한국 지식인들이 글로벌 호구라고 메이저 언론의 기자가 이미 6년 전에 올린 글도 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위키피디아에는 특히 앞의 두 단체에 대해서는 간단명료하게 paid-inclusion vanity press (돈 내고 이름 싣는 허영심 출판), scam or pretty tacky (사기 아니면 아주 가치 없는 것)이라고 쓰여 있다. 수백 달러씩 돈을 받고 <올해의 인물>, <세계 100대 전문가>, <21세기 위대한 지성> 등등 거창한 상을 멋대로 만들어 팔아먹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지금도 여기에 등재됐다고 동네방네 자랑하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온다. 어떤 이는 3~4년 연속 혹은 3관왕 운운하며 세계적 석학이라도 된 양 선전하기도 한다. 이력으로 보아서는 그런 대접을 받을 정도가 아닌 것 같기도 한데(필자 생각). 아직 책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인명사전에 등재됐다고 벌써 외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아니 신문에도 내준다. 그것도 유수 일간지에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1000명쯤 이름이 오른다고 한다. 발간기관들도 한국에서 매출(?)이 급증하자 e메일 발송대상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는 마치 낚시를 방불케 한다. 수천개의 낚시를 깔아 걸려드는 고기를 잡는 주낙법처럼. 재수 없이 걸려들면 영락없이 당하는 그런 수법 말이다. 그러면 그렇지. 나 같은 백수한테까지 보내는 걸 보면. 그것도 세 번씩이나.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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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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