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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엇갈린 ‘원조 자사고’ 재지정 평가…민사고 통과, 상산고 탈락 왜?

중앙일보 2019.07.02 06:00
강원도교육청이 지난 1일 민사고가 자사고 재지정평가에서 통과했다고 밝혔다. 강원 춘천시 강원도교육청에서 교육청 관계자들이 강원도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강원도교육청이 지난 1일 민사고가 자사고 재지정평가에서 통과했다고 밝혔다. 강원 춘천시 강원도교육청에서 교육청 관계자들이 강원도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강원도 내 유일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민족사관고(민사고)가 강원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통과했다. 이로써 김대중 정부 때 출범한 ‘원조 자사고’ 중 상산고만 일반고로 전환될 위기에 놓였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1일 “이날 오후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고 민사고의 자사고 재지정 여부를 심의한 결과 79.77점을 받았다”며 “재지정 기준 점수(70점)를 넘어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사고는 내년부터 자사고 지위를 5년 더 연장하게 됐다.
 
민사고를 끝으로 김대중 정부 때 출범한 ‘원조 자사고’의 평가결과는 모두 공개됐다. 상산고(전북)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은 계속해서 자사고로 운영된다. 이들 학교는 김대중 정부에서 평준화 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자율형사립고로 바뀌었다. 민사고·상산고 외에 현대청운고(울산)·포항제철고(경북)·광양제철고(전남) 등이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원조 자사고’ 중에는 상산고만 자사고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지난달 20일 상산고는 전북도교육청 평가에서 79.61점을 받아 기준점인 80점에 미달해 현재 지정 취소 절차를 밟고 있다.
출발이 비슷한 민사고와 상산고가 올해 평가에서 희비가 엇갈리게 된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차이는 시도교육감의 자사고 폐지에 대한 의지다. 상산고를 지정 취소한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달리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자사고 폐지에 적극적이지 않다.
 
민병희 교육감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조희연(서울)·이재정(경기)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기본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서울·경기와 달리 강원도는 비중이 높지 않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반면 김 교육감은 “교육부가 상산고 지정 취소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교육감의 의지는 재지정평가 기준점수 차이로도 이어졌다. 전북도교육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사고의 재지정 통과 기준점수를 80점으로 제시했다. 전북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이보다 10점 낮은 70점을 합격선으로 잡았다. 민사고와 상산고는 시도교육청의 평가에서 각각 79.77점과 79.61점을 받아 0.16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하지만 민사고는 평가에서 통과했고, 상산고는 탈락했다. 
민족사관고 전경. [중앙포토]

민족사관고 전경. [중앙포토]

사회통합전형 평가 방식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된 학교는 사회통합전형으로 학생을 뽑을 의무가 없다. 강원·울산·경북·전남교육청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재지정평가에서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4점)를 정성평가로 수정했다. 그 결과 평가 대상 학교들은 2~3점대를 받을 수 있었다. 민사고의 세부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이 지표를 정량평가로 진행했고, 상산고는 4점 만점 중 1.6점을 받아 탈락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민사고가 재지정 되면서 상산고 평가의 불공정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한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평가가 신뢰를 얻으려면 과정 자체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는데, 전북교육청의 평가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자사고를 없애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산고는 2일 오전 11시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재지정 평가 통과 기준 점수 등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에 대해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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