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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체감효용의 법칙?…시장에선 ‘약발’ 안 먹힌 북ㆍ미 회담

중앙일보 2019.07.02 05:00
“내일 상한가(증권시장에서 가격폭 제한의 상한선까지 오른 주식 가격)까지 가나요?”

 
지난달 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순간 철도신호 시스템 공급업체인 대아티아이의 주식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올랐다.
 
대아티아이는 속칭 대북주로 분류된다. 대북주는 개성공단 등 북한과의 경협이나 개발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추정되는 주식 종목을 가리킨다. 대개 시멘트, 철도, 농업, 금강산 관광 관련 사업 등이 포함된다.
북 ·미 회담을 열렸던 지난 2월 말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 한 딜러가 외신 속보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북 ·미 회담을 열렸던 지난 2월 말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 한 딜러가 외신 속보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이날 대아티아이 외에도 이들 대북주의 게시판에는 1일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담은 글이 다수 올라왔다. 반면 다른 종목 게시판은 ‘내일 대북주로 자금이 모두 집중될 것’이라며 걱정하는 내용이 많았다.
 

실제로 1일 오전 9시 개장이 되자 대북주는 시초가(오전 개장 때 최초로 형성된 가격)가 10% 가까이 오르면서 이런 기대감이 실현되는 듯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바뀌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대북주들이 대거 매도세로 전환되면서 주가가 급격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오후가 돼서도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고, 대부분의 주가는 시초가의 절반 정도로 마무리됐다. 외국인들이 대거 팔고 나간 것이 영향이 컸다.  
 
대아티아이도 6800원(이전 대비 8.28% 상승)으로 시작했지만 종가는 6510원(이전 대비 3.66% 상승)으로 마무리됐다. 거래량도 490만7400주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후 상승랠리를 이어갔던 것과는 대조되는 분위기다. 당시 대아티아이는 회담 후 열린 증시에서 이틀간(4월 30일, 5월 2일) 29.9%(상한가), 21.9%가 오르며 크게 상승했다. 거래량도 각각 902만4900주, 4624만3700주로 수 배 이상 많았다.  
 

한편 대북주 중 대표적인 시멘트주로 꼽히는 현대한일시멘트도 4만900원(이전 대비 9.8% 상승)으로 시작했지만 3만8900원(이전 대비 4.43% 상승)으로 마무리됐다. 거래량도 7만8000주에 그쳤다.  지난해 4월 30일엔 11.9%, 5월 2일엔 각각 13.1%가 올랐다. 거래량도 각각 71만4900주, 94만1900주로 이날의 10배에 달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고 1일 보도했다.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고 1일 보도했다. [뉴시스]

이처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청와대와 시장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 데 대해 증권가에서는 몇 가지 이유를 들었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빈손 회담’을 들었다. 이 센터장은 ”비핵화나 제재 해제에 대한 진전된 내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 정상이 함께한 것이 언뜻 보기에는 좋은 ‘그림’이지만 시장의 판단은 다르다”며 “앞서 열린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으로 기준이 올라가 있는 만큼 30일과 같은 자리가 마련된다고 해서 예전처럼 대북주가 크게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들었다. 경제학에서 소비량은 늘어나지만 그로 인한 만족감은 점차 줄어드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그는 “지난해 워낙 많은 북한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에 속된 말로 ‘약발’이 다했다. 북한의 전격적인 비핵화 결정이나 유엔의 제재해제 같은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시장의 냉담한 반응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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