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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에 수면제 넣은 고유정···182cm 남편은 고꾸라졌다"

중앙일보 2019.07.02 05:00
살해 후 7일간 수차례 시신 훼손·은닉
고유정 사건관계도. 중앙포토

고유정 사건관계도. 중앙포토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1일 재판에 넘겨지면서 범행 당시의 상황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간 진행된 검찰·경찰의 수사 결과와 폐쇄회로TV(CCTV)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전남편이 살해된 전후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고유정, 체포 한 달③]
CCTV·수사로 짚어본 살인사건의 전모
강씨, 5월 25일 아들 만나러갔다 살해돼
고유정, 6월 1일까지 시신훼손·은닉 행각
'성폭행 주장' 자해 등등…완전범죄 노려

사건은 피해자 강모(36)씨가 지난 5월 25일 아들(5)을 만나러 제주 자택을 나서면서 시작됐다. 이날 오전 8시30분 강씨는 제주시에 있는 집에서 모닝 승용차를 몰고 홀로 출발했다. 그는 1시간쯤 후인 오전 9시30분께 ‘우리 아들 보러 간다’며 차안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서귀포 모 테마파크로 향했다. 당시 강씨는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성은 강, 이름은 ○○(아들 이름), 강씨 집안의 첫째 아들”이라 바꿔 불렀다. 그가 흥얼거린 음성은 차량 블랙박스에 녹화돼 있었다. 이날 강씨는 자신의 아들을 2년 만에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오전 11시30분 강씨는 고유정이 데리고 온 아들과 서귀포시 모 테마파크에서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오후 3시 테마파크에서 나온 세 사람은 서귀포 시내 한 마트까지 이동한 뒤 저녁거리 등 장을 봤다. 오후 4시 20분께 이들은 고유정의 그랜저 차를 타고 예약한 펜션까지 함께 이동했다. 이때 강씨 승용차는 마트 주차장에 세워둔 상태였다.
 
경찰은 펜션에 도착한 세 사람이 오후 7시쯤 저녁을 먹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고유정은 저녁에 먹을 음식으로 카레라이스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경찰은 이때 고유정이 강씨의 음식이나 음료에 수면 효과가 강한 ‘졸피뎀’을 넣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키 182㎝, 몸무게 80㎏의 건장한 체격인 강씨가 160㎝ 내외의 고유정에게 제압된 것도 졸피뎀 성분 때문으로 추정된다. 해당 졸피뎀은 고유정이 5월 17일 충북 청원군의 한 병원에서 처방받은 후 인근 약국에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상 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 카메라 앞에 선 모습. [뉴시스]

신상 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 카메라 앞에 선 모습. [뉴시스]

 
카레에 졸피뎀 넣은듯…182㎝ 전남편 제압 
조사 결과 고유정은 오후 8시~9시16분 사이에 전남편을 살해했다. 오후 8시께 강씨가 펜션에서 아버지와 통화를 한 점으로 미뤄 이때까지는 별다른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 이후 오후 9시16분께 강씨는 동생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경찰은 당시 휴대전화의 전원이 꺼진 상태였던 강씨 통화내역에 근거해 범행 시각을 추정했다. 범행 당시 아들은 펜션의 다른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고유정은 아들이 다른방으로 향하자 본격적인 범행에 돌입했다. 잠을 청하는 전남편에게 다가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 공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건 현장인 펜션에는 강씨가 피를 흘리며 주방을 거쳐 출입문 쪽으로 기어간 혈흔이 남아 있었다. 고유정은 이런 강씨를 뒤쫓아가 흉기로 최소 2~3차례 더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혈흔상 강씨가 반항한 흔적은 남았지만, 반격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튿날부터는 숨진 강씨의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하는 더욱 참혹한 범행이 이뤄졌다. 26일 오전 11시께 고유정은 아들을 제주의 친정집에 데려다준 뒤 다시 펜션으로 향했다. 낮 12시30분께 펜션에 돌아온 고유정은 시신을 본격적으로 훼손하기 시작했다.
 
'제주 전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지난달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전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지난달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치료, 조작문자 '완전범죄' 노려
범행 3일째부터는 시신을 곳곳에 은닉하거나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됐다. 27일 오전 11시께 고유정은 종이상자 등을 들고 펜션을 퇴실한 뒤 정오께 인근 클린하우스(쓰레기 분류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당시 인근 CCTV에는 고유정이 묵직한 종량제봉투 4개를 버리는 장면이 찍혀 있다.
 
27일 정오께 봉투를 버린 뒤 시내로 향한 고유정은 한 병원을 찾아가 다친 손을 치료받았다. 고유정은 이 상처가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며 구속 후 법원에 증거보존 신청을 하기도 했다. 전남편이 성폭행하려 하자 대항하는 과정에서 손을 다쳤다는 것을 재판과정에서 입증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검찰은 오히려 이 상처가 전남편을 살해하거나 시신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고유정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신체 일부 부위에 자해를 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후 오후 4시50분께 고유정은 제주시 이도1동에서 숨진 강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조작 문자를 보낸다. '(성폭행 사실을) 고소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다. 
 
범행 4일째부터는 제주를 벗어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28일 오후 3시30분 고유정은 범행도구를 구입한 제주시 노형동의 한 마트로 가 남은 표백제와 테이프, 청소도구 등을 환불했다. 오후 6시에는 제주시 삼도2동의 한 마트에서 비닐장갑, 향수, 종량제봉투 30장, 여행용 가방 등을 다시 구매했다. 오후 8시 30분쯤 고유정은 완도행 여객선에 오른 뒤 오후 9시30분께 훼손한 시신이 담긴 봉투를 바다에 유기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고유정이 시신이 담긴 것을 추정되는 봉투를 버리는 모습은 여객선 CCTV에 찍혔다. 오후 11시 완도에 도착한 고유정은 자신의 차량을 몰고 아버지 소유 아파트가 있는 경기 김포로 향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일째 김포 아파트서…또다시 시신 훼손
범행 5일째에는 경기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2차 시신 훼손이 이뤄진다. 29일 오전 4시께 고유정은 김포시내 아파트에 도착해 강씨 시신을 또다시 훼손했다. 이 아파트에는 고유정이 사전에 주문한 전기톱이 도착한 상태였다. 앞서 고유정은 인천시 부평구의 한 마트에서 방진복, 커버링 용품을 산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해당 용품들이 시신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7일째는 시신에 대한 훼손·유기가 마무리된 시점이다. 31일 오전 3시 고유정이 아파트 내 쓰레기분리수거장에 종량제봉투를 유기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앞서 4시간 전인 30일 오후 11시에도 봉투를 버렸던 고유정은 오전 4시 청주 자택을 향해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범행 8일째인 6월 1일 10시 30분 경찰은 청주의 집에 있던 고유정을 살인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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