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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서울 집값 바닥론’ 내막을 뜯어보니

중앙일보 2019.07.02 00:18 종합 29면 지면보기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

사람들의 이목이 다시 서울 강남 집값으로 쏠리고 있다. 3월 말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 거래가 이뤄지면서 변화의 조짐이 시작됐다. 저가 매물이 소진되는 과정에서 소폭의 가격 상승과 거래 증가를 동반하고 있어 집값 바닥 논쟁에 불을 지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고, 기대감이 앞서 반영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월 들어 3%대가 무너지며 2.98%로 내려앉았다. 경기는 부진한데 다시 갈 곳 없는 시중 부동 자금이 많아지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리스크가 적은 서울 아파트 시장에 쏠릴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가 가격 상승 동력은 크지 않아
도심에 양질의 주택 공급 늘려야

이에 정부는 추가 부동산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어려운 경기 여건, 단기 급등의 피로감,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고려하면 추가 상승 동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서울 아파트 시장의 불안 요인은 여전하며 근본적인 고민도 유효하다. 과거와 달리 투자 상품이 다양해졌지만, 왜 사람들이 이토록 강남을 비롯한 서울 아파트를 리스크가 적은 상품으로 인식하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도심으로 집중되는 수요, 자산시장에 대한 욕망, 소득 격차 확대 등 여러 이유를 지적할 수 있을 거다. 그중에 공급 상황도 주요한 원인이다.
 
2000년대 대비 2010년대 연간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44.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아파트 준공 감소 폭은 17.2%에 그쳤다. 수도권보다 서울의 감소 폭이 크다 보니 수도권 아파트 공급에서 서울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대에서 20%대로 낮아졌다. 집도 나이를 먹는다. 신규 공급이 줄어들면 신축 주택 물량은 줄어든다. 2005년 서울의 신축 5년 이내 아파트 물량은 35만여 호였으나, 2017년에는 18만여 호로 20여 년 동안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최근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서울의 신축 아파트다. 재건축 아파트의 다른 이름은 머지않아 신축이 될 아파트다. 서울에 양질의 주택이라 할 수 있는 신축 아파트가 귀해졌고, 덕분에 투자 리스크는 줄었다.
 
해외는 어떤가. 일본 도쿄나 미국 뉴욕은 도심 주택 공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중앙정부는 특구 제도를 활용해 도심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부여하고 고밀 개발을 유도한다. 이에 더해 주택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용적률 인센티브도 준다. 지방정부는 ‘주택부설제도’를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 때 주택 공급을 의무화한다. 오피스 빌딩을 주택으로 용도 전환하면 보조금도 지원한다. 이러한 전방위적 노력의 결과로 2010년에서 2015년간 일본 전국 인구는 0.8% 감소했지만, 도쿄의 중심 3구는 18.1% 증가했다.
 
뉴욕도 도심인 맨해튼과 브루클린은 외곽지역보다 주택 공급 증가세가 가파르다. 빌 더블라지오가 시장으로 취임하고 도심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성과로 낸 결과다. 도쿄와 뉴욕은 도심 주택 공급이 도심 인구를 증가시키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함을 인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뉴욕은 서울과 유사하게 주택가격과 임대료가 상승하는 도시다. 하지만 도심 주택 공급 억제가 아니라 공급 확대를 통해 공실률 상승, 임대료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도 도심 안에 주택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중장기적인 주택시장 안정과 도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지금처럼 단기적 가격 상승이 두려워 공급시장을 규제하면 장기적 리스크를 키운다. 지금이라도 도심 주택 공급을 통해 서울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을 낮춰야 한다. 안정적 주택 공급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신규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양질의 주택이 도심에 많이 공급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정책 수단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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